30년 간 조용하더니 “한국에 이런 보물이?”…5800만톤 ‘잭팟’ 터졌다

중국이 움켜쥔 텅스텐, 가격 14년 만에 최고치
영월·울진 광산 재가동, 국내 수요 절반 충당 전망
한때 수출 강국 한국, 전략 자원 부활 신호탄

대한민국은 천연자원이 드문 나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강원도 영월과 경북 울진에 묻혀 있던 한 금속이 다시 세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30년 잠든 한국 광산, 다시 깨어난 ‘산업 보물창고’

주인공은 원소기호 W, 텅스텐이다. 금속 중 가장 단단하고 녹는점이 높아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닌 이 희소 자원은 반도체, 항공우주, 첨단 무기부터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핵융합 발전까지 빠지지 않고 쓰인다.

전통적으로는 전구 필라멘트와 절삭공구에도 활용됐다. 쓰임새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텅스텐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전략 자원으로 꼽힌다.

문제는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 가까이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매장량 절반 이상도 중국 땅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과 자원 패권을 놓고 맞붙으면서 텅스텐 공급망 역시 흔들렸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을 제한했고, 중국은 텅스텐을 전략광물로 지정하며 채굴량을 줄였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약과 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입의 70%를 중국에 의존하던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힌 길은 다른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 수십 년간 문을 닫았던 한국의 광산이 다시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영월 상동광산은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한때 대한중석이 소유했던 이곳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려 1994년 폐쇄됐다. 하지만 캐나다 알몬티 인더스트리가 채굴권을 인수해 상업 생산을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이 조사단을 파견할 만큼 관심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상동광산의 매장량은 약 5천800만 톤으로, 품질과 채산성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경북 울진의 쌍전광산도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은 800만 톤에 달하는 매장량이 기대된다. 두 광산이 가동되면 국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때 ‘효자 품목’…사라졌던 텅스텐 강국의 부활 신호탄

한국은 1950~70년대까지만 해도 텅스텐 수출 강국이었다. 세계 생산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효자 품목’으로 불렸지만, 값싼 중국산에 밀려 산업이 꺼져갔다.

이제 다시 수요가 폭발하고 중국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한국산 텅스텐의 경쟁력이 되살아난 셈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외국 기업이 권리를 상당 부분 가져간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우리 땅 속 전략 자원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관계 당국이 국내 매장 자원을 활용할 전략을 세우고, 해외 개발과 확보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 자원 지형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 광산의 재가동은 한때 사라졌던 수출 강국의 기억을 되살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