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기술자 ‘눈물의 귀국'”…뒤에 남은 韓 공장 ‘초토화’

미국 공장 건설 작업 사실상 중단
전문 기술인력 없이 재개 불가능
하루 33억 원 이상 손실 우려

“이제 (전세기) 탔어. 금방 갈게.” 7일간의 미국 구금시설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기술자들의 첫 마디는 가족을 향한 안도의 메시지였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에 오른 이들은 불법체류 논란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300여 명의 핵심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서는 공사가 멈춰선 채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귀국길 오른 구금 근로자들, 가족과 통화하며 눈물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의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석방 후 버스로 약 430km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했다.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통상 8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우리 기업 측이 준비한 버스로 6시간 만에 도착했다. 근로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준비한 충전 케이블로 휴대폰을 충전한 뒤 그리운 가족들과 통화했다.

한 전세기 탑승객은 “다들 가족에게 전화하기 바쁜 모습”이라며 “일부는 가족과 통화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비교적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출국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며 이들이 탑승한 전세기는 당초 계획보다 32분 이른 오전 11시38분(현지시간) 애틀랜타 공항을 이륙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전세기 탑승에 앞서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도록 여러 분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동안 직원분들께서 잘 견디고, 잘 버텨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동안 많이 걱정했고 직원분들 가족들도 (석방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하는 생각에, 잘 해결돼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멈춰 선 공장 건설, 하루 33억 원 손실 계산

하지만 근로자들이 귀국하면서 인력 공백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다. 전문 기술자들이 빠진 현장에서는 더 이상 설비 설치와 공정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연간 50GWh급 배터리 생산시설에서 하루 생산이 멈출 경우 손실액은 약 400만 달러(55억 원)에 달한다.

이를 30GWh 규모의 HL·GA 공장에 적용하면 하루 피해만 33억 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금융비와 고정비 부담, 고객사 신뢰 하락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사태 이후 미국 내 배터리 기업들은 추가 단속을 우려해 불가피한 미국 출장을 중단하거나 현재 출장자를 서둘러 귀국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L-1 비자(비이민 취업비자)를 받은 주재원과 현지 인력이 최소한의 관리 업무를 이어가고 있으나, 공정 진척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비자 제도 개선 없이는 해결 어려워

한국 정부는 10년 넘게 취업 비자(E-4) 쿼터 신설을 요구했으나 관련 법안은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명확한 적용 방침을 정해달라는 요구도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고려할 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첨단 배터리 장비는 대부분 한국이나 일본산이어서 미국 현지 직원만으로는 이를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인 인력만으로는 장비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인력 파견 없이는 공정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비자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절차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자 절차 개선이 마무리되면 대체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비자 발급과 인력 충원까지 고려하면 공정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근로자들은 무사히 귀국했지만, 미국 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