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예상 깨고 실적 폭발
HBM3E 품귀…AI 시대 주역 부상
‘선택과 집중’ 전략, 시장 흔든다

“요즘은 삼성 말고 하이닉스가 더 무섭네”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업계의 예상을 가볍게 넘긴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7조 6391억 원, 영업이익 7조 4405억 원, 순이익 8조 1082억 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많게는 300%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을 8,000억 원 넘게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감케 했다. 이는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 6,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비수기 뚫은 고성능 메모리, 역대급 1분기 견인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이 주목받으며 주문이 밀려든 가운데, DDR5, eSSD 등 고부가 제품도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대중 관세 우려로 선주문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써 내려간 셈이다.
낸드도 전략적 투자…’선택과 집중’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의 전망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HBM3E 12단 제품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제품 하나가 전체 HB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성능 노트북에 들어가는 차세대 메모리 모듈(LPCAMM2)은 이미 일부 고객사에 공급 중이고, AI 서버용 저전력 모듈(SOCAMM)도 고객사와 협력해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출시할 예정이다.

낸드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고용량 eSSD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에서 효율을 높이고, 기술 한계를 넘어서며 업계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고 강조했다.
관세 리스크 속 ‘선택과 집중’ 전략, 통할까
이번 실적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그 중심에는 HBM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이를 무기로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다만 AI 산업이 워낙 변화가 빠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 등 외부 변수도 여전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메모리 수요가 조정기를 맞이할 경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이어간다면, 앞으로도 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과연 AI 메모리 강자로서의 입지를 얼마나 확고히 다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