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담대 연체율, 두 달 연속 최고치
영끌족 이자 부담↑…경매도 30% 늘어
빚의 부메랑, 대출시장 전반 흔든다

“그땐 안 사면 평생 못 살 줄 알았죠.”
불패신화인 줄 알았던 서울 아파트.
2021년 서울 외곽에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박모(34) 씨는 최근 급등한 대출 이자를 확인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저금리와 주변의 분위기에 밀려 고정금리 주담대로 집을 샀지만, 약정 기간이 끝나자 이자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는 “당장 연체는 아니지만 월급의 절반이 대출 상환에 들어가요”라며 “그때는 무리해서라도 사는 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매달 버티는 게 목표”라고 털어놨다.
‘기회의 끝’…서울 주담대 연체율, 두 달 연속 최고치

“지금이 기회다”라는 말에 이끌려 주택시장에 몰려들었던 이들이 이제 하나둘 연체의 덫에 걸리고 있다.
특히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0.3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 12월 0.31%였던 연체율은 올해 1월 0.34%, 2월 0.35%로 오르며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시적인 변동이 아니라 상승 흐름이 뚜렷하게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 40%가 대출 상환…커지는 생활고의 그림자
서울의 주담대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서울은 집값이 높고 거래도 많기 때문에 이 지역의 연체율 상승은 전국 대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영끌족’의 상환 부담 증가가 있다. 저금리 시절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이 최근 약정 기간이 끝나면서 훨씬 높아진 금리에 직면하고 있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자 일부 차주들은 원리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체는 물론 임의경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57.9를 기록했다. 이는 차주가 소득의 40.6%를 주담대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임계점 넘은 상환 부담…서울 경매 물건 30% 급증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만큼, 생활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지역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9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42건)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채무자가 재판 없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저금리 혜택을 받았던 대출자들이 고정금리 약정이 풀리면서 급격히 오른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며 무리해서 빚을 감당했던 선택이 결국 고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연체율의 상승은 그저 숫자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가계의 위기와 함께 금융 시스템 전반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지금은 가계와 정책 모두가 더 이상 늦기 전에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연체는 경매로, 경매는 시장 전체로 번지는 연쇄 충격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