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제한 포스코 배터리 공장 준공
IRA에 맞선 K배터리, 공급망 전쟁 본격화
탈중국은 선택 아닌 생존…전 산업계 확산

전남 광양에 들어선 포스코퓨처엠의 전구체 공장이 한국 산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연간 4만 5천 톤, 전기차 50만 대분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이 공장은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중국산 원재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호주와 아르헨티나에서 니켈과 리튬을 조달에 성공해 불가능으로 보였던 ‘탈중국 배터리 생산 체제’를 국내 최초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중국산이면 보조금 없다”… IRA가 바꾼 배터리 생존 공식
기업들이 이토록 탈중국에 매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이 내놓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즉 IRA가 게임의 룰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핵심 부품과 광물을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더 강력한 조치도 기다리고 있다. 2025년부터는 FEOC라 불리는 ‘해외우려기업'(사실상 중국 기업을 지칭한다)이 만든 부품을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보조금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중국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희토류와 흑연, 게르마늄 같은 전략 자원의 수출을 통제하며 공급망 자체를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중국 공장 봉쇄로 전 세계 생산라인이 멈춰섰던 악몽은,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성을 전 산업계에 각인시켰다.
IRA에 맞선 총력전… ‘탈중국 퍼즐’ 맞추는 K배터리 삼총사

이에 한국 배터리 3사의 대응은 빠르고 전방위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와 호주, 캐나다에서 리튬을 장기 확보하고 미국 테네시에 북미 최대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GM,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북미 현지 생산을 가속화하고, SK온은 호주 리튬 기업에 직접 투자까지 단행했다.
이들은 모두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는 ‘탈중국 공급망 퍼즐’을 치밀하게 맞춰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인 CHIPS Act에 발맞춰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동시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소재는 일본과 국내 업체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China+1 전략'(중국 외에 추가로 하나 이상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희토류에 의존하던 전기차 모터와 풍력 발전기 업계까지 변화에 동참한다. 호주 ASM과 손잡은 성림첨단산업이 국내에 희토류 공장을 짓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탈중국은 이제 기업들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이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전구체 공장은 이런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 너머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새로운 산업 질서가 기다린다. 한국 산업계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해법을 낼지,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처다.
미국 중심의 산업재편이 슬슬 마무리 돼가고 중국은 말라가고 있고 조금만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