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짝퉁에 태극기까지 달았다
전 세계 소비자 혼란 속출 중

“한국에서 만든 거 아니었어?” 화려한 포장에 ‘KOREA’ 마크, 익숙한 캐릭터까지 새겨진 라면을 집어든 해외 소비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포장 뒷면을 돌려보기 전까진, 그것이 짝퉁인지 누구도 쉽게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따라 만든 모조품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태극기’까지 인쇄된 이 유사 제품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KOREA’ 문구는 물론, 할랄 인증 마크까지 그대로 베껴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해당 사안을 처음 공개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월 25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교민들과 누리꾼들로부터 짝퉁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품을 자세히 보면 제조사는 ‘삼양’이 아닌 ‘빙고원(BINGOONE)’으로 표기돼 있으며, 제조국도 ‘P.R.C(People’s Republic of China)’, 즉 중국임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서 교수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한국 식품기업들이 겪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그는 “이미 불닭뿐 아니라 한국 식품 전반이 표절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짝퉁이 무분별하게 퍼지면 ‘K푸드’의 글로벌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21년, 삼양식품을 비롯해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K푸드 모조품 근절 공동협의체’를 결성해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일부 승소 판결도 있었지만, 서 교수는 “법원이 정한 배상액이 실제 피해에 비해 너무 적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지식재산권 보호청(KIPO)에 접수된 해외 상표권 침해 사례는 2800건에 달했지만, 실제 조치를 취한 건은 76건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정부 대응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방증이다.

기술력으로 맞선 빙그레의 선택
불닭볶음면뿐 아니라,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도 지난 2011년 중국에서 짝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특유의 ‘달항아리’ 형태로 유명한 이 제품은 인기에 힘입어 중국 내 모조품이 등장했다.
빙그레는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중국의 느린 법 절차와 복잡한 규정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단순 소송 대신, 품질 보존을 위해 택했던 멸균팩 형태에서 벗어나 고난도 제조기술을 적용한 달항아리 모양의 디자인으로 재출시하며 진짜 제품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단지 형태를 구현하려면 고속 회전 마찰 접합 기술이 필요해 중국 업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다”며 “이제는 기술과 디자인 독점권으로 브랜드를 지키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짝퉁과의 전쟁’, 언제 끝날까
K푸드의 인기는 그 자체로 자랑이지만, 그 인기 뒤엔 ‘짝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 하나하나가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대변하는 만큼, 이를 모방한 저품질 제품이 한국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다. 개별 기업의 기술적·법적 대응 강화와 동시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호망 구축이다.
서경덕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해외에서 우리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믿고 브랜드를 지켜온 한국 식품들. 그들이 진짜임을 입증하는 싸움은 이제 ‘짝퉁’이라는 또 다른 적과의 전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