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였던 물건이 황금 덩이 됐다?”…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웃음꽃 ‘활짝’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기사회생
메모리 업계 전체 들썩

한때 창고에 쌓이기만 하던 낸드플래시가 어느새 ‘금덩어리’로 변했다.

2년 넘게 공급 과잉으로 침체를 겪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극적인 반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침체기 딛고 급등세 시작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5년 들어 급격한 계약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이 현실화되며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샌디스크가 전 제품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마이크론 역시 고객사에 가격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이는 제조사들이 다시금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장에 본격적인 공급 부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이후 AI 서버와 기업용 SSD 수요가 급증하며, 낸드 계약 가격과 고스택 3D 낸드 제품 가격이 15~20%가량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들어,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역시 낸드 시장의 회복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iM증권은 “2026년 낸드 업황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둔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수요 증가율(14.0%)이 생산 증가율(13.9%)을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바꾼 게임의 룰

낸드플래시 시장의 구조적 반등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이다. 스마트폰과 PC 중심의 전통적 수요는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저장장치 시장이 새로운 수요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성능이 뛰어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HDD 공급마저 부족해지면서 SSD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HDD 제조사들이 최근 몇 년간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않아, AI로 인한 저장장치 수요 급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고사양 SSD 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고성능 낸드플래시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구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샌디스크 등 5개 주요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기술력과 생산 전략을 바탕으로 점유율 경쟁에 한창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1.9%, SK하이닉스 16.6%, 키옥시아 13.5%, 마이크론 13.3%, 샌디스크 12%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선두권을 지키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점유율이 다소 하락했다. 반면 마이크론, 키옥시아, 샌디스크는 기술 개발과 공격적인 설비 투자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YMTC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점유율 8%대를 기록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각국의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맞물리며, 향후 글로벌 시장 판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기술 집약도 향상과 수요처의 다변화에 힘입어, 과거처럼 급격한 가격 변동보다는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중심의 시장 사이클이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