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금 한국인 “추방 아니다”…한국 외교부 성과에 ‘활짝’

수갑에 묶인 채 연행된 근로자들
외교부 총력 대응으로 추방은 면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

“말도 통하지 않는데 수갑부터 채웠다.” 미국 땅에서 한순간에 범죄자 취급을 받은 한국인 근로자들의 절규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으로 구금되었던 300여 명의 한국인들이 최악의 상황인 ‘강제 추방’을 피할 길이 열렸다. 우리 외교 당국의 발 빠른 총력 대응이 이뤄낸 극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는 향후 몇 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 강제 추방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수갑 채워지고, 말도 안 통해”…참담했던 구금 현장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7일,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 앞은 동료들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지인들로 붐볐다. 하지만 주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면회 시간 탓에 대다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까스로 동료를 만난 한 협력사 관계자는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단순한 결박 수준이 아니라 경찰이 사용하는 수갑을 채웠고, 체포의 이유나 권리를 설명하는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느꼈을 공포와 답답함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금된 이들은 갑작스러운 단속 상황에 대한 당혹감과 불쾌감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즉시 추방돼 5년간 입국 제한을 받을지’ 아니면 ‘구금 상태로 몇 달간 재판을 기다릴지’라는 가혹한 선택지를 강요받았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외교부 총력 대응…’추방’ 아닌 ‘자진출국’으로 가닥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 정부는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 자진출국 방안을 관철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구금된 근로자들은 이르면 10일(미 동부시간) 한국행 전세기를 통해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가 현장에서 영사 지원을 총괄하며 이 과정을 돕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미국으로 직접 출국해 교섭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 조 장관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함께,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비자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속 소문 있었다”…예고된 인재였나

한편, 이번 사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에서는 단속 며칠 전부터 “이민국 단속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단속 위험을 감지하고 3일부터 현장에 나오지 않은 업체도 많았다”면서 “일부 업체가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다가 직원들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이 수개월간의 내사를 거쳐 여러 기관이 동원된 대규모 합동 작전을 펼친 만큼, 주미 한국 공관에서 이러한 기류를 사전에 파악하고 경고하지 못했다면 이 또한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