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 인재들이 “파격 조건에 송두리째”…‘초유의 위기’에 경찰 “더는 못 참아”

반도체·배터리 인재, 통째로 해외로 유출
‘고의’만 입증돼도 처벌…법망 더 촘촘해졌다
수십 년 기술이 한순간에 증발, 경제안보 비상
한국 기술 유출
출처 : 연합뉴스

반도체 핵심 개발자 200여 명이 기술과 함께 통째로 해외로 유출되고, 대학 연구소에선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설계도가 사라지는 등 국가 핵심 기술을 노린 범죄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

대한민국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기술 유출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7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100일간의 특별 집중단속에 돌입했다. 

‘두뇌 사냥꾼’의 시대, 인재를 노리는 조직적 기술 유출

이번 단속의 최우선 목표는 갈수록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변모하는 ‘두뇌 유출(Brain Drain)’ 범죄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단순히 기밀문서를 훔치던 과거의 방식을 넘어, 이제는 해외 경쟁사들이 국내 최고 인재들에게 수 배의 연봉과 파격적인 정착 조건을 내세워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 기술 유출
출처 : 연합뉴스

이는 특정 기술의 노하우는 물론, 미래의 추가적인 R&D 역량까지 송두리째 탈취해 국내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허무는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지목된다.

그 실태는 경찰이 작년에 적발한 주요 사건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 사건에서는 ’20나노급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이라는 국가핵심기술과 함께 핵심 개발자 200여 명을 해외 경쟁사로 빼돌린 일당 25명이 검거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해외 기업의 국내 자회사가 대학 산학협력단 내에 위장 연구소를 차리는 대담한 수법으로 ‘전기차 배터리 설계도’를 유출하다 관련자 5명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작년 한 해 기술유출 사범들로부터 환수한 범죄수익은 급여, 체류비 등을 포함해 약 65억 원에 달한다.

한국 기술 유출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범죄자들이 챙긴 대가일 뿐,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적 우위와 미래 시장의 잠재적 가치가 한순간에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은 수천억, 수조 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는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고의만 입증돼도 처벌’… 더 촘촘해진 기술보호법의 그물망

정부와 경찰이 이처럼 강력하게 대응하는 배경에는 2025년 7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있다.

과거에는 범죄의 ‘목적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의성’만 증명돼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구성요건이 완화됐다. 또한 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소개·알선·유인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명시적으로 추가하여 법망을 더욱 촘촘히 했다.

한국 기술 유출
출처 : 연합뉴스

범죄수익은 전액 환수되며, 국가핵심기술 유출 시 최대 65억 원의 벌금, 손해배상액은 기존 3배에서 최대 5배까지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도 대폭 상향됐다. 

물론 이 싸움은 경찰의 단속만으로 끝낼 수 없다. 이번 단속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경각심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유출 범죄는 은밀하게 진행되어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만큼, 피해 기업의 즉각적인 신고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범인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스스로 핵심 인재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철저한 내부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출 피해 발생 시에는 국번 없이 113이나 경찰청 누리집으로 신속하게 신고하는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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