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면세점 철수 위기
면세점은 이미 적자 늪에
이미 예견되었던 상황

여행을 앞둔 시민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국제공항의 대표 면세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출국객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면세점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운영 포기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감정평가 결과, 임대료 40% 인하 권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의 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인천지방법원이 삼일회계법인에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면세점 재입찰 시 적정 임대료가 현재보다 40% 낮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기일을 앞두고 전해진, 놀라운 소식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추정되는 출국객 수와 평균 구매 금액을 기반으로 매출 전망치를 산출했다. 그 결과, 출국객 증가로 연평균 4.5% 매출 성장이 예상되지만, 임대료 부담을 고려하면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출국객 늘어도 매출은 ‘뚝’

최근 출국객 수는 2019년 수준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70~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출국 수속이 3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공항 혼잡으로 많은 여행객들의 쇼핑 시간이 줄어들었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로 매출 비중이 2019년 63.1%에서 35.9%로 급감했다. 여기에 내국인들까지 온라인 면세점을 선호하면서 공항 매장 매출 하락세에 한층 더 불을 지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은 매출의 30~40%에 달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측은 “지난해 매출 감소로 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매년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롯데 면세점 철수에 이어

이미 위험 신호는 감지됐었다. 2023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운영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탈락하며, 22년 만에 완전히 철수했던 것이다. 높은 임대료와 월 최대 100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회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28일 2차 조정을 통해 임대료가 합리적으로 조정되길 바란다”면서도 “조정이 실패하면 면세점 철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8일 열리는 2차 조정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에 응할지, 아니면 면세점들의 대량 철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