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지원 끊겨 망할 거라더니”…오히려 역대급 실적 낸 현대차, 미국서 무슨 일이?

위기 속 깜짝 실적
시장 지배력 사수 총력전
전략적 가격 인하 승부수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는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의 예상을 뒤엎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경쟁사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파격적인 가격 인하라는 ‘신의 한 수’를 두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차 판매 최다 기록 경신, 위기 속 빛난 성과

지난 9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2일 현대차그룹이 밝힌 바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량은 총 14만 3,367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특히,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4만 4,701대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9% 급증한 수치이며 전체 판매 비중의 31%를 차지했다.

3분기 전체 판매량 역시 48만 1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하며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 미국법인의 영업 담당 부사장인 에릭 왓슨은 “연간 판매 신기록과 함께 역대 최대 시장점유율 달성이 기대된다”며 “이는 전동화 모델과 세단의 두 자릿수 성장세가 보여주는 우수한 상품성과 모델 라인업의 경쟁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보조금 이상의 파격 할인, 시장 지배력 사수 총력전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는 IRA 세액공제 종료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과감한 가격 정책을 꺼냈다.

2026년식 전기차 ‘아이오닉 5’의 가격을 최대 9,800달러(약 1,375만 원)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기존에 사라진 7,500달러의 보조금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또한, 2025년식 아이오닉 5 모델에 대해서는 구매나 리스 시 자체적으로 7,500달러의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단기적인 수익성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주도권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통상 연식 변경 모델의 가격을 인상하는 업계 관행을 깬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아이오닉 5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적의 선택이 되도록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가격 정책이 “현대차의 재무 건전성과 시장 불확실성 극복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미국 현지 생산 및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은 생산 축소, 현대차의 행보에 쏠린 눈

현대차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은 IRA 종료에 대응해 생산 계획을 수정한 경쟁사들과 대조를 이룬다.

닛산은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중단하고 단종된 SUV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부활시키기로 했다.

혼다 역시 GM과 협력하여 생산해 온 전기차 ‘아큐라 ZDX’의 생산을 멈추었으며, 볼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 하이브리드 모델 ‘XC60’을 투입하는 등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는 IRA 보조금 폐지로 인해 미국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분기 전기차 판매 증가(21%)는 보조금 종료 전의 ‘막차 수요’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보여준 과감한 승부수가 위기에 직면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