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으로 싹다 옮길 수밖에”…현대차, ‘매일 수백억’ 손실에 결국 “칼 빼들었다”

현대차, 2030년까지 美 판매차 80% 현지생산 선언
트럼프 25% 관세에 매달 5천억 원대 손실 발생
국내 공장, 수출 축소 우려와 신차 투입 기대 교차

현대자동차가 미국 뉴욕에서 던진 선언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을 바꾸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 사장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는 약 40% 수준만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졌으니, 불과 몇 년 만에 두 배에 달하는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한 달에 5천억 증발…관세 폭탄이 불러온 충격

배경은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한 25% 고율 관세 때문이다. 한국산 자동차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매달 수천억 원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2분기에만 8천억 원이 넘는 관세 부담을 공개했고, 기아도 7천억 원대에 달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한 달에 5천억 원 이상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만 160억 원 안팎이 증발하는 꼴이다. 시장에서는 3분기에 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 충격은 수출 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자동차 수출은 6개월 연속 줄었고, 지난 8월 한 달 기준으로만도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미국과 협상해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같은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 한국 완성차는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해법은 ‘현지화’다.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은 2028년까지 연간 50만 대 생산 체제로 확대되고,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현지 생산에 포함된다.

단순히 공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을 정면으로 새로 짜는 셈이다. 이번 발표가 뉴욕에서 열린 것 역시 앞으로의 경영 중심이 미국에 맞춰져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공장, 수출 축소 우려와 신차 투입 기대 사이

하지만 시선은 한국을 향한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수출의 양대 축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한다면, 한국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미 수출 물량은 줄 수밖에 없다.

회사는 “글로벌 전체 생산을 늘려 한국 공장에도 새로운 차종을 맡기겠다”고 강조하지만, 일자리와 가동률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향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생산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동시에 유럽, 중동, 아시아 등 다른 시장을 겨냥한 수출이나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신차 투입으로 보완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수출 구조를 다시 짜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의 선택이 국내 생산과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신중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