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더니 “만 원짜리가 수십만 원대로?”…10년 만에 확 바뀐 풍경에 서민들 ‘발칵’

호텔 케이크, ‘몇 만 원’에서 ‘수십만 원’으로 급등
고가 경쟁 속에도 다양한 가격대가 공존
연말 작은 사치 확산…향후 소비 흐름 주목

연말이 다가오면 SNS를 가득 채우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만큼 호텔 베이커리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올해는 그 열기가 한층 더 짙다. 워커힐이 선보인 38만 원짜리 시그니처 케이크가 등장하면서다.

가격만 놓고 보면 디저트라기보다 하나의 오브제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오히려 더 집중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에 가깝다.

호텔 케이크, ‘몇 만 원’에서 ‘수십만 원’으로… 가격의 새 기준

호텔 케이크의 가격은 지난 10여 년 동안 조용히 경계를 넓혀 왔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몇 만 원대에서 멈추던 가격은 2010년대에 들어 10만 원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호텔들은 ‘한정’, ‘시그니처’라는 이름을 달고 자신들만의 콘셉트를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보복소비와 SNS 인증 문화가 맞물리며 가격대는 20만~30만 원대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서울신라호텔이 40만 원짜리 케이크를 내놓으며 화제를 모은 것도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워커힐의 38만 원 케이크가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것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호텔들은 케이크를 단순히 먹는 디저트가 아닌 연말의 특별한 경험으로 제시한다. 손으로 제작한 장식, 트러플이나 고급 초콜릿 같은 재료, 한정 수량 정책이 더해지면서 제품은 일종의 예술품처럼 소비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이 50개만 판매하는 35만 원 케이크를 준비하고, 포시즌스가 블랙 트러플을 활용한 30만 원대 제품을 내놓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부다.

소비자는 맛 이상의 것을 구매하고, 호텔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한다.

작은 사치의 시대, 달라지는 선택과 향후 흐름을 가늠하는 시선

하지만 초고가 라인업이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들은 여전히 10만 원대와 그 이하의 제품을 함께 선보이며 폭넓은 선택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는 이 가격대에서 이뤄지며, 수십만 원대의 시그니처 케이크는 연말 분위기를 상징하는 존재에 가깝다.

프랜차이즈와 동네 디저트 숍도 나름의 개성을 갖춘 크리스마스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도 늘어 다양한 선택 방식이 공존하는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작은 사치의 상징이 됐다. 연말을 특별하게 보내려는 마음이 더해지며 다양한 선택이 이어진다. 다만 초고가 경쟁의 향방과 새 소비 흐름의 등장은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향후 추이를 관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