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의 강력 비판
조선업 협력 두고 경계심
“지정학적 곤경 우려” 경고 메시지

중국이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군사 작전에 활용될 경우,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8일,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노골적인 견제 의사를 드러냈다. 이는 한국을 향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국만 이익인 불평등 협력?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협력이 상호 호혜적인 경제 파트너십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미국이 자국의 쇠퇴한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의 선진 기술과 자본을 일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미국 조선업이 공급망 인프라 부족과 숙련 노동자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도 실익을 얻기 어렵고, 오히려 핵심 기술과 인재가 미국으로 유출되면서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상원의원들이 방한해 조선업 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중국에 뒤처진 미국의 조선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과 전문 인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적 활용 시 지정학적 위험 경고

가장 민감한 쟁점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기업 로고가 부착된 선박이 제3국을 겨냥한 미군 작전에 사용될 경우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한미 조선업 협력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경우, 한국이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는 한국을 미국의 방위 체계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또한 중국은 이번 협력을 자국의 해양 패권과 조선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높은 항만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한국 조선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중국은 이를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실체
한미 조선업 협력은 미국의 낙후된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의 선진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은 조선소 수의 감소와 생산 능력 부족으로 군함과 상선 건조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가 참여해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와 현지 인력 양성을 지원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마스가(MARSSGA)’ 프로젝트를 통해 해군 함정의 건조·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조선업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미국 상원의원 앤디 김과 태미 덕워스가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하고, 조선업계 관계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번 협력을 시장 확대, 투자 유치, 기술 이전, 인력 양성, 그리고 안보 협력 강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숙련 인력이 미국으로 파견될 경우, 국내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이례적인 경고는 한미 조선업 협력이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경제적 실익과 지정학적 리스크 사이에서 신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