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이제 볕드나 싶었는데”… 中 한마디에 업계 ‘발칵’

엔비디아 H20 칩 사용 자제령
한국 반도체업계 기대감 찬물
미중 기술패권 새로운 국면
반도체
중국 엔비디아 H20 사용 제한 / 출처 : 뉴스1, 연합뉴스

블룸버그가 12일 전한 충격적인 소식이 한국 반도체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가속기 ‘H20’의 사용 자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지난 7월 미국의 H20 대중 수출 허가 소식에 환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반격

한국 반도체 중국 역전
중국 엔비디아 H20 사용 제한 / 출처 :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8월 12일, 자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에 H20 칩 사용을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정부 관련 업무나 국가안보와 연관된 분야에서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몇 주간 다수 기업에 발송된 공문에는 사용 자제의 구체적 이유가 담겼다. H20 칩에 원격 작동 정지 스위치나 정보 탈취용 백도어가 설치됐을 가능성 등 보안 우려부터, 기술적 한계와 에너지 효율성 부족까지 다양한 근거가 제시됐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즉각 반박했다. H20 칩에 위치 추적 기능 등이 적용됐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의 계산착오

엔비디아
중국 엔비디아 H20 사용 제한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H20 칩의 대중 수출을 허가했다. 구형 기술 제품이지만 중국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이번 허가는 단순한 수출 승인이 아니었다.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올리는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수익 창출 모델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중 무역 협상에서 거둔 성과로 선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중국은 애초에 H20 수출 승인이라는 미국의 양보를 원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오히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K-반도체 업계의 착잡함

한국 반도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월 H20 수출 제한 조치 때만 해도 약 16억 달러 규모의 매출 타격을 우려했으나, 7월 수출 재허가 소식에 환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이 직접 사용을 금지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삼성 HMB3
중국 엔비디아 H20 사용 제한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20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H20 칩 수요가 줄어들면 이들의 메모리 사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단기적인 수요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더 큰 우려는 장기적 전망이다. 중국이 서방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AMD의 인공지능 가속기 칩 ‘MI308’도 비슷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국 반도체업계도 전략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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