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정부, 국민연금-한은 스와프 등 ‘총력전’
시장 반응은 싸늘… “세금 무서워 떠나는 ‘투자 이민’이 근본 원인”
국내 ETF 역차별 방치한 채 연금 동원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

“환율 잡겠다고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달러가 빠져나가는 ‘구멍’은 왜 보고만 있습니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자 이재명 정부가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카드를 꺼내 들며 환율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순서가 틀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려 투자자들을 미국 증시로 내몰고 있는 ‘징벌적 과세 제도’는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누르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까지 태웠는데… 환율은 왜 꿈적 않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환율 방어 대책이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사지 않고,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빌려 쓰는 ‘외환 스와프’를 가동 중이다.

그 한도만 무려 500억 달러(약 72조 원)에 달한다. 막대한 달러 매수 수요를 억지로 틀어막아 환율 상승을 저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육지책도 ‘약발’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환율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과 개인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떠나는 ‘자본 유출(Capital Flight)’이 이미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국민연금 스와프는 급한 불을 끄는 일시적인 진통제일 뿐”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버리고 앞다퉈 미국 주식(달러 자산)을 사 모으는 이 거대한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꼬집었다.
“한국 ETF 사면 호구”… 낡은 세법이 만든 ‘투자 이민’
투자자들이 달러를 싸 들고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앞서 지적된 것처럼 ‘세금’ 때문이다.

똑같이 미국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더라도, 국내 상장 ETF를 사면 수익이 2,000만 원을 넘는 순간 최고 49.5%의 세금 폭탄(금융소득종합과세)을 맞고 건강보험료까지 오른다. 반면, 달러로 환전해 미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면 22% 세금만 내면 끝이다.
정부의 낡은 세법이 전 국민에게 “원화를 팔고 달러로 바꿔서 미국 주식을 직구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규모가 20조 원을 넘었다. 이 막대한 달러 매수세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범 중 하나다.
둑 터졌는데 손가락으로 막는 격
정부는 ‘부자 감세’ 논란 등을 고려해 과세 체계 개편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본 유출의 근본 원인인 세제 불형평성을 둔 채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상장 해외 ETF에도 해외 직구와 동일한 22%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환율 안정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불이익이 해소되면 투자자들이 굳이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나갈 유인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자금의 국내 잔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다. 규제 정비 없이 연금 스와프 등 단기 처방에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인 환율 안정과 시장 체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