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얼굴인데 “또 당했다”…황당 사건에 국민들 ‘분통’

79세 남성이 범인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
상당한 액수의 복원비
문화재
경복궁 광화문 낙서 / 출처 : 연합뉴스

11일 오전 8시 10분경, 경복궁 광화문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79세 남성이 검은 매직으로 석축에 글씨를 쓰다가 경복궁관리소 관계자에게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다.

불과 1년 8개월 전에도 발생했던 문화재 훼손이 또다시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광화문에 남긴 황당한 메시지

문화재
경복궁 광화문 낙서 / 출처 :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11일, 순찰 중이던 경복궁관리소 직원이 낙서를 하던 79세 김모 씨를 현장에서 발견했다. 김씨는 광화문 3개 홍예문 중 좌측과 중앙 사이 무사석에 검은 매직으로 글자를 쓰고 있었다.

그가 남긴 내용은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 아래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문구였다. 성인 손바닥 크기의 ‘국’ 자로 시작해 가로 1.7m, 세로 0.3m 범위에 걸쳐 글씨를 적었으며, 매직 잉크는 이미 석재 표면 속으로 스며든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에 착수했다. 현장에 투입된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약품으로도 낙서를 지울 수 없어 레이저 장비를 동원했다. 외부에서 대여한 레이저 기기의 하루 사용료만 해도 상당한 금액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나지 않는 문화재 낙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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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광화문 낙서 / 출처 : 연합뉴스

경복궁 낙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말, 당시 10대 청소년들이 불법 사이트 홍보를 목적으로 영추문과 담장에 44미터에 걸쳐 스프레이 낙서를 한 것이다. 이 사건의 복구비만 1억 3천100만 원이 들었고, 범행을 사주한 3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문화재 낙서는 경복궁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7년 삼전도비에 ‘치욕스러운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스프레이 낙서를 한 사건부터, 2014년 해인사에 ‘악령을 쫓는 좋은 문구’라며 한자를 써넣은 사건까지 그 동기는 제각각이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며 원상 복구 비용도 청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낙서 사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관리 부실 논란과 국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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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광화문 낙서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누리꾼들은 “문화재 훼손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2008년 숭례문 화재를 언급하며 문화재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경복궁관리소는 낙서 제거 작업을 위해 오후 1시에 예정돼 있던 광화문 파수의식을 취소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제거 방법을 논의하며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광화문은 이른 시간에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는 장소다. 국가유산청이 과거에도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낙서가 재발한 것은 현행 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실효성 있는 보안 강화와 시민 인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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