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살 때마다 창피해요”…소비쿠폰 쓰려다가 ‘분통’,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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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는 핑크카드”…지자체 낙인 논란
지원금·색깔로 계층 드러난 설계 도마에
이재명 “인권침해” 지적…전국 전수조사 지시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친구들이랑 밥 먹고 나오는데 저만 카드가 빨간색이더라고요.”

부산에 사는 20대 수급자 이모 씨는 최근 친구들과 식사를 마치고 각자 계산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카드 꺼내는 게 이렇게 부끄러울 줄 몰랐어요. 친구들 앞에서 굳이 제 사정까지 보여줘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는 지원을 받는 입장이 감사하면서도, 일상 속에서조차 신분이 구분되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불편하고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디자인이 수급자 신분을 공공연히 드러낸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부산광역시는 카드에 지원 액수를 크게 표기하고, 광주광역시는 일반 시민용과 다른 색깔의 카드를 지급하면서, 정책의 본래 취지와 달리 ‘낙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급자는 핑크, 일반은 블루”…누가 봐도 티 나는 낙인 카드

사건의 발단은 디자인 차이에서 시작됐다. 부산시가 지급한 카드의 경우, 수급자용에는 ’43만원’, 일반 시민용에는 ’18만원’이라는 금액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광주시는 한발 더 나아가 수급자용 카드를 분홍색으로, 일반용을 남색으로 제작해 누가 봐도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한 수급자가 올린 카드 ‘인증 사진’과 함께 “물건을 살 때마다 이 카드를 내밀기가 망설여진다”, “굳이 내 처지를 광고해야 하는 기분”이라는 자조 섞인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불만을 넘어, 정책 수혜자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공유하는 창구가 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평범해야 할 소비 활동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증명하고 확인받는 행위로 변질된 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행정편의주의’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지급 과정과 정산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실무적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할 시민의 입장이 아닌, 행정을 집행하는 공급자의 시각에서만 문제를 바라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시민의 존엄성과 인권 감수성이라는 가치가 행정적 효율성이라는 명분에 밀려난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뒤늦은 땜질 대응…색 가리고 숫자 덮는 임시조치

사태가 확산하고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주의이며,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나 부족한 처사”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지시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에는 이번 사례에 그치지 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사 선불카드 지급 실태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내렸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즉각적인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다. 문제가 된 부산과 광주의 카드에는 지원 금액과 색깔을 가리는 스티커가 임시로 부착됐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복지 관련 정책 집행 시 수혜자의 인권과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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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무원 안일주의 개선바람 내가 아닌 상대방 을 먼저 생각하기를 좀더 편함보다 상대방 에 편함을 먼저 생각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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