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반복되고 있는데, 정부는 그동안 뭘 했던 건가요?”

한·중 양국이 지난 2000년 체결한 어업협정에 따라 공동 관리하기로 한 서해의 잠정조치수역. 그런데 최근 이 해역에 중국이 ‘양식장’이라는 이름의 구조물을 잇달아 설치하면서, 바다 위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선란 1호(2018년)에 이어 선란 2호(2024년)까지, 거기에 2022년엔 석유 시추 설비를 연상케 하는 관리시설까지 세워졌다.

문제는 이 수역이 양국이 사전 협의를 전제로 관리하기로 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국 입장에선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박는 건 반칙’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움직임이 단순한 양식 산업 차원을 넘어, 중국의 해양 영유권 확대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런 구조물 설치가 반복되면 향후 해양 주권 분쟁에서 중국이 ‘선점 효과’를 주장할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필요하다.

‘눈에는 눈’? 비례 대응 카드 만지작

이에 한국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외교부는 지난 4월 열린 ‘제3차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에 해당 구조물의 철거를 공식 요구했고, 추가 설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현장 조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조사가 자칫 ‘사후 승낙’처럼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비례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양식시설 설치를 거론했지만, 막대한 예산(기당 약 500억 원)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대신 해양과학기지나 이동식 관측 설비, 대형 부이, 부유식 발전 시설 등 다양한 대안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예산을 편성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보류된 상태다. 향후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구조물 하나에도 외교 전략이 담긴다

이처럼 구조물 설치 여부를 두고도 양국의 계산은 복잡하다. 함부로 대응했다간 오히려 ‘너희도 설치했잖아’라는 중국 측 논리를 자초할 수 있고, 대응하지 않으면 서해의 해양 주권이 점차 밀려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경제성, 외교적 파장, 국제법적 정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가며 전략적 대응을 모색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구조물이 해양환경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면, 국제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거나 최후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수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한 압박과 신중한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말이 아닌 실효적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일방적인 해상 구조물 설치에 정부가 어떻게 응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해양 주권은 물론, 동북아 외교의 판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우리는 ‘서해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보다 정교하고 주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