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국이 포위하듯”…15시간 내내 ‘숨막히는’ 대치, “일촉즉발 상황”에 韓 ‘발칵’

서해 한복판서 15시간 대치…긴장 고조
중국, ‘회색 지대’ 전략으로 영향력 확대
한국, 외교·해상 대응 병행하며 예의주시

서해 한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위에서 한국과 중국이 조용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최근 한국 해양조사선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이른바 PMZ에서 중국 해경의 추적을 받으며 긴 대치를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서해 한가운데서 벌어진 15시간의 추격전, 얼어붙은 바다의 긴장감

사건은 지난 9월, 한국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이 무단 설치한 해양 구조물을 점검하려다 시작됐다. 6시간 만에 중국 해경선이 접근했고, 이어 두 척이 더 합류했다.

중국 해경은 온누리호를 양옆에서 포위하듯 따라붙었고, 15시간 넘게 추적을 이어갔다. 양국 함정의 거리가 불과 3킬로미터까지 좁혀졌을 때, 서해는 말 그대로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이곳은 분명한 영토가 아니다. 2000년 체결된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두 나라가 해양 경계가 확정될 때까지 공동 관리하기로 한 ‘임시 구역’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지역에 ‘심해 양식 시설’이라 주장하는 선란 1호와 2호를 세우고, 이를 자국의 관리 대상처럼 취급해왔다.

한국 입장에선 명백히 ‘공동관리의 약속’을 흔드는 행위지만, 중국은 이를 경제활동의 일환이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남중국해에서 이미 익숙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인공섬을 세우고 해경을 보내며 점진적으로 통제권을 확대해온 방식, 이른바 ‘그레이존 전략’이다.

‘회색 논리’로 밀어붙이는 중국, 서해에 드리운 남중국해의 그림자

이번에도 중국은 군사적 충돌 없이, 그러나 꾸준히 기정사실을 쌓아가고 있다. 그동안 ‘협정 위반은 아니다’라는 회색 논리로 국제 규범의 틈을 파고든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단순한 조사선 대 해경선의 마찰로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이 서해를 새로운 전략 무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라면, 이는 향후 한중 해양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외교적 항의와 해상 대응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저강도 대치’는 언제든 예기치 않은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서해는 여전히 회색의 바다다. 경계도 룰도 불분명하다. 서로 다른 의도가 맞부딪히는 이 불안한 수역에서 힘의 균형이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앞으로 양국의 선택을 차분히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