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1년 늦추면 생계불안 17%↑
저소득 노인만 직격탄, 노동시장 내몰려
가족 지원 기대도 헛된 착각에 불과

“기초연금을 65세가 아닌 66세부터 지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뜻 보면 한 살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1년은 일부 노인에겐 생계를 지탱하던 마지막 끈이 끊어지는 치명적 공백이 될 수 있다. 최근 연구는 이처럼 짧은 시차도 노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 변수임을 보여준다.
“1년만 늦춰도 생계 위기”… 기초연금, 숫자 하나의 파장
호서대학교 김성욱 교수는 국민노후보장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기초연금 수급 시점을 최대 4년 늦춘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연금을 단 1년만 미뤄도 해당 연령대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17% 가까이 치솟는다.

더 나아가 수급 시점을 4년 늦추면 그 수치는 64%에 육박한다. 이는 곧, 연금의 유무가 고령층의 생계를 결정짓는 핵심 축임을 보여준다.
특히 충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소득 하위 20% 노인 가구는 연금 수급이 4년 미뤄질 경우 불안정성이 46% 증가하는 반면, 상위 20%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기초연금이 절대적 생계수단인 이들에게 정책 조정은 곧 삶의 위기인 셈이다.
“가족이 도와줄 거라 했지만”… 기대는 있었고, 증거는 없었다
그렇다면 연금이 늦춰졌을 때, 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다른 손길은 있을까? 가족의 지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번 연구는 그 통념에도 제동을 건다.

자녀 등으로부터의 사적 이전소득은 실제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줄어든 연금 액수가 가족 지원보다 1.5배가량 더 컸다. 즉, 연금 공백을 가족이 메운다는 건 기대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연금이 끊긴 노인들은 결국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발 딛게 되는 곳은 정규직이 아닌,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2차 노동시장이다.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노년의 노동’이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강제인 이유다.
‘재정 효율화’라는 이름의 생존 절벽… 흔들리는 노년의 삶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 연령 상향을 ‘재정 효율화’로 설명하지만, 실상은 고령층의 생계 구조를 통째로 뒤흔드는 중대한 개편이다. 재정을 아끼는 대신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라면, 그 선택은 과연 정당한가?

지금의 논의는 단순히 숫자 몇 개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 결정 하나에 따라 수많은 노인들이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고령화가 가속되는 지금, 연금 제도는 더 정교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생존이냐 절감이냐, 기준은 분명해야 하고 결정은 더 늦기 전에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