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전기차 ‘루체’ 5월 공개… 애플 조니 아이브와 디자인 협업
“많이 만들기보다 다양하게”…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 20%로 제한
2027년까지 주문 꽉 찼지만 ‘공격 앞으로’… 전통과 혁신의 줄타기

페라리가 올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과감한 변화를 예고하며 질주를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상징과도 같던 ‘프랜싱 호스(도약하는 말)’가 전동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것이다.
페라리는 오는 5월 25일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포함해 총 5대의 신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페라리가 단순한 파워트레인의 변화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분기점에 섰다고 평가한다.
1947년 창립 이후 고수해 온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전기차 시대에 어떻게 이식할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심플함’, 페라리의 ‘야성’을 만나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모델은 단연 ‘루체’다. 이 차량이 주목받는 이유는 페라리의 첫 전기차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맡은 파트너가 다름 아닌 조니 아이브이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맥북을 통해 ‘애플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 그가 이끄는 ‘러브프롬(LoveFrom)’은 지난 5년간 페라리와 극비리에 협업하며 소재 선정부터 인체공학적 설계, 사용자 경험(UX)까지 차량 전반을 새롭게 조각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루체의 디자인 철학은 ‘본질로의 회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업이 단순히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빌린 마케팅이 아니라, 기능과 형태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페라리의 새로운 시도라고 분석한다.

기존의 복잡한 기교를 덜어내고 타협 없는 비전과 명료한 선을 강조한 루체의 인테리어는 공개된 일부 이미지만으로도 마니아층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기술과 감성이 융합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럭셔리를 지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희소성이 생명”… 다품종 소량 생산의 미학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페라리의 전략은 확고하다. 핵심은 ‘신중한 혁신’과 ‘희소성 유지’다.
페라리는 2030년까지 전체 라인업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을 20%로 제한하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을 각각 40%씩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전동화로 급격히 핸들을 꺾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미 2027년 말까지 주문 물량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지만, 페라리는 생산량을 무작정 늘리는 대신 모델의 종류를 늘리는 길을 택했다.
“수요보다 딱 한 대 덜 만든다”는 창업자의 철학을 계승하여, 적은 수의 모델을 대량으로 찍어내기보다 다양한 모델을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 브랜드 가치와 고객의 소유 만족도를 동시에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공개될 루체 외 4종의 신차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한정판이나 특별 에디션 형식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소리 없는 페라리, 새로운 감성을 깨우다
페라리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전통과 혁신 사이의 줄타기’로 요약된다. 내연기관 특유의 폭발적인 배기음과 진동을 사랑하는 기존 팬덤과, 정숙하고 매끄러운 전동화 흐름 사이에서 페라리만의 해답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견조한 실적과 주가 상승은 페라리의 이러한 ‘마이웨이’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3개월 뒤 베일을 벗을 루체는 페라리의 미래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니 아이브의 터치가 가미된 페라리의 첫 전기차가 레이싱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융합했느냐에 따라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페라리의 대답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