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그룹이 중국 공략을 위해 꺼낸 카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아우디(Audi)와 중국 SAIC모터가 손잡고 만든 서브브랜드 ‘AUDI(대문자)’는 기존 아우디의 네 개 링 엠블럼도, 기존 플랫폼도 쓰지 않는다. 중국 현지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다.
2024년 출범 당시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로컬 취향에 맞춘 디자인, 중국 전용 전략 모델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올해의 차’ 수상에도 월 605대
AUDI의 첫 번째 양산 모델인 E5 스포트백은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약 7,070대에 그쳤으며, 올해 1월에는 420대 판매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 올해의 차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수치다.
비교 대상을 보면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같은 세그먼트에서 테슬라 모델 Y와 샤오미 YU7은 매달 3만 대 이상 팔리고 있다. AUDI E5의 월 판매량은 이들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디자인은 합격, 기술은 미완성
소비자들의 반응을 들여다보면 실패 원인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잦은 오류, 반응이 느린 운전 보조 시스템, 시동 때마다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지는 등의 완성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소프트웨어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충전 속도도 문제다. E5는 약 350km 충전에 15분이 소요된다. 미국 기준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기준은 이미 달라졌다. IM모터스의 LS6는 같은 시간에 약 400km를 채운다. 중국 시장에서 충전 속도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스펙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보다 실제 소프트웨어 경험과 충전 인프라 호환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AUDI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이 위기가 서브브랜드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BMW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7% 감소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각각 18.7%, 13.3% 줄었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중국 판매량이 모두 두 자릿수로 급감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8.9%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빈자리는 중국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화웨이가 출시한 프리미엄 전기차 ‘쥐제 S800’은 10만 달러 이상 차량 중 중국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BYD 산하 고급 브랜드 덴자도 월 1만 대 이상을 꾸준히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한번 이탈한 고객이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중국발 위기, 전선이 넓어진다
아우디 본사는 중국 시장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등 다른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도 BYD가 아우디를 제치고 5위에 오르는 등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AUDI E5의 부진은 단순한 신차 출시 실패가 아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경고이자, 독일 완성차 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단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