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란 전쟁과 유가 폭등의 여파로 30%대까지 곤두박질친 가운데, 미국 정치사의 잔혹한 공식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화려한 군사적 승리나 애국심 결집보다, 당장 주유소에서 지불해야 하는 기름값이 현직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훨씬 더 위협한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전쟁이라는 대외적 변수보다 유가 폭등이라는 대내적 경제 충격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얼마나 무섭게 돌아서게 만드는지, 미국 현대 정치사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해 왔다.
이란발 오일쇼크가 삼킨 지미 카터의 재선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몰락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마주한 위기와 가장 소름 돋는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당시 이란 혁명과 인질 사태로 촉발된 제2차 오일쇼크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며칠 만에 폭등시켰고, 끝없는 인플레이션 공포를 낳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중동발 유가 충격과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로 상징되는 경제적 무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대외 정책의 실패가 체감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며 민심을 잃은 카터는, 로널드 레이건에게 백악관을 내어주며 단임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걸프전 90% 지지율도 소용없었던 조지 H.W. 부시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례는 전쟁 직후의 ‘기수 효과(Rally effect)’가 얼마나 허망한 신기루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그는 1991년 걸프전 승리 직후 국정 지지율이 무려 90%에 육박하며 재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지만, 전쟁 전후로 요동친 유가 불안과 누적된 경제 침체는 곧바로 유권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아무리 뛰어난 군사적 성과를 거두었더라도,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오르는 현실 앞에서는 애국심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민심의 이반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외친 빌 클린턴에게 일격을 당하며, 대외 치적만으로는 팍팍한 가계 경제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음을 역사에 남겼다.
배럴당 118달러의 저주…’다급한 출구 찾기’ 나선 트럼프
역대 미국 대선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는 현직 권력에 늘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타격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력한 무력 과시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가 118달러로 치솟으면서 경제적 부담을 자초한 셈이 됐다.

저명한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가 트럼프 지지율 40%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인플레이션 피로감과 중동 전쟁발 9유가 상승을 지목한 이유도 역사의 궤를 정확히 같이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악관 내부에서는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쟁의 ‘출구 전략(Off-ramp)’을 서둘러 모색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포성보다 내 차에 들어가는 갤런당 주유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과거 카터와 부시를 단임으로 끌어내린 ‘유가 충격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체면을 무릅쓰고 확전을 멈춘 채 서둘러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것이란 워싱턴 정가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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