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역사 첫 자국 공장 폐쇄 위기… 생존 위해 중국 기술 ‘요청’”
30개월 만에 내놓은 ‘ID. 유닉스 08’, 껍데기만 독일차고 알맹이는 ‘샤오펑’
세계 1위 호령하던 폭스바겐, 소프트웨어 실패·전동화 지각에 ‘추락’

‘기계 공학의 정점’으로 불리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독일 폭스바겐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판매 1, 2위를 다투던 ‘자동차 제국’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최근 독일 본토 공장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이한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생존을 위해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선택을 했다.
폭스바겐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과 합작해 개발한 ‘ID. 유닉스 08(ID. Unyx 08)’이 그 증거다.
겉모습은 폭스바겐의 엠블럼을 달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모두 중국산으로 채워진 이 차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너진 ‘저먼 엔지니어링’… 플랫폼부터 SW까지 중국산 차용

지난 11월 공개된 ‘ID. 유닉스 08’의 스펙은 화려하다.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 CATL의 LFP 배터리 탑재, 그리고 중국 CLTC 기준 최대 730km에 달하는 주행거리까지 갖췄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폭스바겐의 뼈아픈 실책이 숨어 있다. 이 차량의 핵심인 차체 플랫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자율주행 기술은 폭스바겐의 것이 아니다. 모두 중국 신생 업체인 샤오펑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다.
폭스바겐은 껍데기 디자인과 로고만 제공했을 뿐이다. 통상 신차 개발에 5년이 걸리던 폭스바겐이 불과 30개월 만에 이 차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이미 완성된 중국의 기술을 사 왔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던 독일 완성차 업계가 중국 기술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자체 SW 개발 실패와 공장 폐쇄… 벼랑 끝에 몰린 폭스바겐

폭스바겐이 이런 ‘고육지책’을 쓴 배경에는 처참한 내부 실패가 있다. 폭스바겐은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며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해 수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자체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신차 출시가 줄줄이 연기됐고, 그 사이 중국 시장에서는 BYD를 필두로 한 현지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완전히 내어줬다.
상황은 심각하다. 폭스바겐 그룹은 최근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영광에 취해 전동화 전환 타이밍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급감은 그룹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고, 결국 “중국에서 팔 차는 중국 기술로 만든다”는 굴욕적인 전략 수정으로 이어졌다.
유럽 수출도 못 하는 ‘내수용 짝퉁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ID. 유닉스 08을 “중국 젊은 층 공략용 전략 모델”이라 포장했지만, 사실상 유럽 본토에는 들여올 수 없는 차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다르다”며 유럽 수출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글로벌 기준의 자체 기술이 아니라 중국 내수용 부품·소프트웨어로 급조됐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샤오펑 G9과 거의 같은 ‘이란성 쌍둥이’가 유럽에서 ‘독일 명차’로 통하긴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다.
결국 ID. 유닉스 08은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기술 리더십을 잃어버린 독일 자동차 산업이 중국 자본과 기술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2026년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이것이 폭스바겐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중국 업체들의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하는 신호탄이 될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