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테슬라 외면하는데 한국만 오픈런”… 영하 10도 한파에도 1시간 대기
“아이오닉은 택시 같아서…” 스펙보다 ‘감성’ 중시, ‘바퀴 달린 아이폰’에 지갑 열었다
가격 940만 원 인하 승부수… ‘서학개미’의 유별난 테슬라 사랑

체감온도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한파도 ‘4천만 원대 테슬라’를 향한 열기를 막지 못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테슬라 스토어 앞은 매장 오픈 전부터 1시간 넘게 대기하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일론 머스크 리스크로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정반대의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코리아가 최대 94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자, 한국 소비자들이 이성보다는 ‘팬심’과 ‘가성비’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왜 한국인은 이토록 테슬라에 열광하며, 반대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국산차 아이오닉에는 냉담한 것일까. 그 기현상을 분석했다.
“4천만 원대면 아반떼 풀옵션 값”… 가격 장벽 무너뜨린 테슬라

이번 ‘한파 속 오픈런’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가격 파괴다. 테슬라코리아는 모델 Y RWD 가격을 기존 5,299만 원에서 4,999만 원으로 기습 인하했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4,600만 원대로 뚝 떨어진다.
이는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나 아반떼 풀옵션 가격과 겹치는 구간이다. 수입차, 그것도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를 국산 대중차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소비 심리에 불을 지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1분기 인도 물량은 완판됐고, 지금 계약해도 5월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아이오닉은 ‘택시’, 테슬라는 ‘아이폰’… 넘을 수 없는 ‘브랜드 계급’
그렇다면 비슷한 가격과 더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주행거리, V2L, 조립 품질)을 가진 현대차 아이오닉 5나 6는 왜 이런 열풍을 만들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이미지 소비’와 ‘소프트웨어 경험’의 차이를 결정적 원인으로 꼽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이오닉 5는 도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택시’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택시로 오해받기 싫다”는 심리가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다.
반면 테슬라는 얼리어답터의 상징이자, 자동차계의 ‘아이폰’으로 통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단차(조립 불량)가 좀 있어도 ‘테슬라 감성’은 참아주지만, ‘택시 느낌’ 나는 국산차는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FSD(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IT 기술에 민감한 한국인들에게 테슬라의 OTA(무선 업데이트)와 자율주행 비전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내가 주주니까 내가 산다”… 한국만의 ‘서학개미’ 팬덤
한국 특유의 ‘주식 투자 문화’도 판매량 급증의 숨은 공신이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관 금액은 약 270억 달러(약 36조 원)로 해외 주식 부동의 1위다.

일론 머스크 CEO의 기행으로 전 세계 안티팬이 늘어날 때, 한국의 ‘서학개미’들은 주가 방어를 위해 오히려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고 홍보하는 ‘충성 고객’을 자처한다.
“주가가 오르려면 차가 많이 팔려야 하니 내가 산다”는 독특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테슬라 대란은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다. 기술적 우월함(FSD), 브랜드 이미지(아이폰), 그리고 투자자의 충성심(주주)이 결합된 한국만의 독특한 사회 현상이다.
현대차가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도, 이 견고한 ‘테슬라 팬덤’을 깨뜨리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