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가 곳간에 쌓인 세금이 490조 원에 육박하며 곤두박질치던 조세부담률이 3년 만에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악의 세수 펑크를 겪던 정부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성적표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위태로운 구조가 숨어 있다.
재정 당국에 따르면 2025년 총 조세수입은 489조 원으로 전년 대비 38조 원가량 증가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 역시 18.4%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던 전년도 수치에서 소폭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세수 회복의 일등 공신은 철저히 반도체 산업의 일시적인 호황에 기대고 있다.
특정 산업에 쏠린 세수, 경기 꺾이면 다시 위기
지난해 세수 증가분을 이끈 핵심 동력은 전년 대비 22조 원 넘게 불어난 법인세였다.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법인세 납부액이 급증한 결과다.
여기에 취업자 수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와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만든 양도소득세 증가분도 일정 부분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세수 구조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불과 1, 2년 전만 해도 반도체 경기 침체와 낙관적인 세수 예측이 맞물리며 87조 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다시 꺾이게 되면 간신히 반등한 조세부담률이 언제든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선진국과 벌어진 격차… 뼈 깎는 체질 개선 필요해
근본적인 재정 구조의 취약성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인 34%대에 한참 못 미치는 25%대에 머물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연금과 의료 분야에 쏟아부어야 할 재정 지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수 기반은 턱없이 얇은 상황이다.
특히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각종 비과세와 감면 혜택이 80조 원 이상 얽혀 있어 실제 부담하는 평균 실효세율은 5%대에 불과하다.
한 조세 전문가는 당장 눈앞의 무리한 증세를 논하기 전에 거미줄처럼 얽힌 비과세와 감면 제도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목적세를 일반세로 전환하는 등 세원을 넓히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