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값에 3열 전기 SUV 등장…中 온보 L90
냉장고·35인치 HUD 기본, EV9보다 빠른 성능
글로벌 출시 땐 시장 판도 흔들 가능성 주목
니오(Nio)의 서브 브랜드 온보(Onvo)가 새롭게 선보인 전기 SUV L90이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모델은 전기차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현대 아이오닉 9이나 기아 EV9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빅보다 싸고 EV9보다 빠르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파격적인 가격과 스펙으로 무장했다.
중국 시장을 위한 전용 모델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만약 글로벌 무대에 등장한다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아반떼 값에 3열 전기 SUV?”…온보 L90, 가격부터 판을 흔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가격이다. 배터리를 구독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방식으로 구매하면, 온보 L90의 차량 가격은 17만9800위안, 한화로 약 3,400만 원부터 시작된다.
동급 내연기관 SUV는 물론이고, 아반떼 풀옵션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배터리를 포함한 모델도 약 5천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기아 EV9은 보조금 적용 후에도 7천만 원대에서 시작되며, 상위 트림은 8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성능 면에서도 기대 이상이다. 고성능 트림인 ‘Ultra’ 모델은 590마력의 합산 출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현재 시판 중인 EV9 GT-Line의 5.3초보다 빠르며, 예정된 EV9 GT 모델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이다. 다만, EV9 GT는 576마력에 4초 미만의 가속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 격차는 곧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외형에서는 길이 5.2미터의 거대한 차체가 인상적이다. EV9보다도 19cm나 더 길지만, 내부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오히려 EV9이 더 길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갖는 설계상의 강점 덕분이다. L90의 외형이 웅장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면, EV9은 보다 넓고 실용적인 내부를 강조한다.
냉장고에 35인치 HUD까지…’플래그십급’ 사양이 기본이다
실내 구성은 기술력 과시에 가까운 수준이다.
운전석 전면에는 35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펼쳐지고, 중앙 17.2인치 디스플레이, 2열 전용 17.3인치 폴다운 스크린, 그리고 23개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과 미니 냉장고까지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다.
이에 비해 EV9은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독립 2열 시트나 고속도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등, 실용성과 운전 편의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보 L90은 아직 중국 내수 전용 모델로, 한국이나 해외 시장 출시 계획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가격과 사양 면에서 전기 SUV 시장의 기준을 다시 써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지금의 L90은 그 흐름을 대표하는 하나의 신호탄처럼 보인다. 다만, 그 파급력이 실제로 어디까지 미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