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작정했다” 일본 한복판에서 ‘이 車’ 최초 공개…현지 업계 ‘초비상’

‘수입차 무덤’에 도전장 던진 한국
중국 전기차, 경차로 日 소비자 공략
토요타·혼다, 전통 강자의 전환점

90% 이상이 자국 브랜드로 채워진 철옹성 같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과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동화를 앞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10월 30일 개막하는 ‘재팬 모빌리티쇼 2025’가 이 치열한 각축전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20년 만에 나란히 출격

현대차와 기아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나란히 일본 모빌리티쇼에 참가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회에는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수소전기차 ‘더 올 뉴 넥쏘’를 일본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여기에 아이오닉 5, 인스터 크로스,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등 전기차 라인업을 총출동시켜 수소와 전기를 아우르는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강조할 계획이다.

기아는 상용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처음 공개했으며, 여객·화물·교통약자용 등 용도에 따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이 차량은 고령화와 물류 인력 부족에 대응하는 모델로 주목된다. 기아는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와 협력해 내년부터 PV5 판매를 시작하고, 향후 대형 모델 PV7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일본 재도전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현대차는 올해 1~9월 일본에서 75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49대 대비 15배 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2009년 판매 부진으로 철수했던 현대차가 2022년 무공해 차량 중심으로 재진출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BYD, 일본 맞춤형 경차로 정면 승부

중국 전기차 1위 BYD가 일본 공략을 위한 특별한 카드로,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일본 전용 경형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 모델은 닛산 ‘사쿠라’와 정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형차는 세금 감면과 유지비 절약 혜택이 커서 일본 소비자들이 세컨드카로 많이 선택하는 독특한 차급이다. BYD는 경형 전기차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라이언6 DM-i’, 고급 브랜드 ‘양왕’의 슈퍼카 U9 등도 출품해 기술 스펙트럼을 넓힌다.

BYD는 올해 일본 대형 유통체인 이온과 제휴해 전국 30곳에 판매 거점을 구축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5000대를 팔아 수입 전기차 브랜드 10위권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번 경형 모델은 일본 대중 시장 본격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동차연구원의 이호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경차를 보유한 가구의 69%가 2대 이상 차량을 운용한다며, BYD가 가격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놓으면 전기차와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빅3, SDV·전동화로 반격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3도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기술에 안주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들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과 전동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요타는 ‘차세대 코롤라 EV 콘셉트’와 고급 브랜드 렉서스보다 한 단계 위인 ‘센추리’ 브랜드의 오렌지색 쿠페 콘셉트를 공개한다. 혼다는 2026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전기차 ‘혼다 0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전시하며, 소프트웨어 혁신을 강조한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일본은 전기차 보급률이 2%에 불과한 모순적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2035년까지 신차 100% 전동화를 목표로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왕국의 아성에 도전하는 한국과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전동화 공세가 일본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