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도심형 전기차의 대명사로 불리며 준수한 판매고를 올리던 기아 니로 EV가 결국 쓸쓸한 퇴장을 맞이했다.
기아는 최근 열린 니로 페이스리프트 간담회를 통해 전동화 라인업 재편의 일환으로 니로 EV의 국내 생산 및 판매 중단을 공식화했다. 2018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 약 8년 만의 일이다.
남은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대로 판매는 완전히 종료되며, 향후 니로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내연기관 라인업으로만 운영될 예정이다.
한 달 판매량 1대… 동생에게 내준 안방
니로 EV의 단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판매량 지표가 추락의 속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2022년에는 9,194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불과 3년 만인 2025년에는 295대로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에는 전국을 통틀어 한 달에 단 1대만 팔리는 극단적인 수요 절벽을 겪었다. 전성기 대비 판매량이 97% 이상 증발한 것이다.
추락의 결정적 원인은 집안싸움에서의 완패다. 지난해 기아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소형 SUV EV3를 출시하면서 니로 EV의 수요를 완벽하게 흡수했다.
내연기관 뼈대를 바탕으로 배터리를 억지로 끼워 넣은 파생형 전기차인 니로 EV는, 처음부터 평평한 바닥으로 설계해 넒은 실내 공간과 대용량 배터리를 확보한 EV3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가격대마저 겹치는 상황에서 2025년 EV3가 2만 대 넘게 팔리는 동안 니로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파격 할인합니다” 재고차 덥석 물면 안 되는 이유
생산 중단이 공식화되면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남은 니로 EV 물량을 밀어내기 위해 수백만 원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초기 구매 예산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당장의 지갑 체감만 보고 계약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
수요가 완전히 끊겨 단종된 파생 전기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잔존 가치 방어력이 매우 취약하다. 지금 할인을 받아 싸게 사더라도, 몇 년 뒤 차량을 매각할 때 그 이상의 감가를 두드려 맞을 확률이 높다.

또한 법적으로 단종 후 8년 동안 부품 공급은 보장되지만, 전기차 전용 특화 부품의 경우 수요가 없어 생산이 지연되면 가벼운 사고에도 수리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
눈앞의 프로모션 금액과 훗날 떠안아야 할 유지보수 비용을 냉정하게 저울질해 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