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 단종됐지만 K4는 미국서 돌풍
기아, 세단 줄이고 SUV·전기차 강화
북미 전략 적중, 판매 신기록 경신

“한국에서는 힘 못 쓰던 K3가 미국에서는 완전히 흥행했네.”
한때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던 K3. 결국 2024년을 끝으로 한국에서 단종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 모델의 후속작 K4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에서는 출시조차 되지 않았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돌풍을 일으키며 기아차의 판매 성장을 이끌고 있다.
K4, 북미 시장 휩쓸다… 기아 판매 1위 등극
지난 2월, 기아는 미국에서 역대 최고 2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총 6만3303대를 판매하며 작년 대비 7.2%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8월 출시된 ‘올 뉴 K4’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출시 직후 빠르게 판매량을 늘린 K4는 2025년 1월에만 1만1616대가 팔려, 기아 미국 내 판매 1위 모델이 됐다. 과거 K3가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K4의 성공 비결은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교하게 반영한 전략에 있다. 차체 크기를 키워 중형차급 수준으로 확장했고, 최신 기술과 고급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
30인치급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기아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2.0L 자연흡기·1.6L 터보 엔진 구성 등으로 상품성을 강화했다. 또한, 후륜 서스펜션을 트림별로 차별화해 주행 성능까지 고려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K4는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고, 기아는 1~2월 누적 판매량 12만310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9.2%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SUV·전기차로 무게 이동, 기아의 새로운 전략

한편,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K4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배경에는 한국 내수 시장의 변화가 있다. 기아는 K3의 부진을 이유로 K4의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준중형 세단 시장이 점점 축소되면서 기아는 SUV와 전기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다. 실제로 K3의 자리를 대체할 모델로는 소형 SUV 셀토스, 전기 SUV EV3, 전기 패스트백 세단 EV4 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오토쇼에서 기아 관계자는 “K4는 해외 전략형 모델로 개발됐으며, 국내 판매 계획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1989년 캐피탈부터 시작된 기아의 내연기관 준중형 세단 역사는 3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 기아가 판매하는 내연기관 세단은 K5, K8, K9 세 차종만 남아 있으며, K9마저 단종설이 나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K5와 K8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K3는 국내에서 외면받고 사라졌지만, K4는 북미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기아의 글로벌 전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기아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앞으로 기아가 국내 시장에서 어떤 전략과 신차로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4는 국내에 판매를 안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