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X80 기반 고성능·오프로드 콘셉트 공개
트랙 스펙은 650마력 괴력, 터레인 스펙은 캠핑 감성 강화
제네시스 GV90 등장 땐 정면 승부 불가피

인피니티가 자사의 플래그십 SUV QX80을 무대 한가운데 올려세웠다.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카 위크. 무대에 등장한 것은 두 대의 콘셉트카, 이름하여 QX80 트랙 스펙과 터레인 스펙이다.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자리였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모델은 판매용이 아니다. 회사 측은 분명히 “구매 불가”임을 못 박았다.
괴물 같은 트랙 스펙, 도로 위를 지배할 준비
그렇다면 이 콘셉트카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트랙 스펙은 이름 그대로 속도를 향한 집착이 담겼다. 3.5리터 트윈터보 V6 엔진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기존보다 출력이 50% 가까이 높아졌다.
650마력 이상, 750 lb-ft 토크라는 수치가 나온다. 여기에는 터보차저와 인젝터, 대용량 인터쿨러, 램에어 흡기와 배기 시스템까지 전방위로 손을 본 결과다.

외관도 평범하지 않다. 대형 휠과 쿼드 배기구, 스포티한 디퓨저로 무장했고, 차체 전체를 감싼 무광 블랙블루 랩핑은 존재감을 더한다.
만약 양산으로 이어진다면, 에스컬레이드-V나 메르세데스-AMG GLS 63 같은 고성능 럭셔리 SUV와 겨루게 될 무대가 눈에 그려진다.
반면 터레인 스펙은 다른 세계를 지향한다. 산을 향한, 혹은 사막을 넘는 차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차체는 높아지고, 바퀴는 거친 노면을 위한 올터레인 타이어로 갈아 끼웠다.
루프에는 텐트와 라이트바가 얹히고, 측면 배기구와 하단 보호판도 추가됐다. 캠핑과 오프로드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모델로는 최근 오버트레일 트림을 확대한 렉서스 LX가 있다.
제네시스 GV90 등장 앞두고 본격 경쟁 무대 예고

한편, 지금 미국에서 실제 판매 중인 QX80은 조금 다르다. 현행 모델은 450마력 트윈터보 V6 엔진을 얹고, 가격은 8만 달러 초반부터 시작한다. 최대 견인력은 8,500파운드에 달한다.
최근 추가된 SPORT 트림도 있지만 성능 강화는 없고, 외관 꾸밈 수준에 머문다. 그렇기에 트랙 스펙과 터레인 스펙의 등장은 오히려 공백을 드러낸다.
한국 브랜드와의 교차점도 흥미롭다. 지금 당장 시장에서 QX80과 맞부딪히는 모델은 제네시스 GV80뿐이다. 다만 GV80은 중형 럭셔리 SUV로 한 체급 아래에 속한다.
가격대가 QX80 하위 트림과 겹치는 구간이 있어 일부 소비자가 비교할 수는 있겠지만, 크기나 견인력에서 차이가 난다. 진짜 대결은 곧 등장할 GV90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제네시스가 준비 중인 플래그십 전기 SUV가 모습을 드러내면, 인피니티와 직접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콘셉트카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피니티가 여전히 가능성을 지닌 브랜드임을 보여주려는 몸짓이다. 도로 위 괴물과 오프로드의 거인을 동시에 내세운 것은, 두 방향 모두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 길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 반응과 현실적 타당성을 두루 확인해야 한다. 지금은 그저,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지켜볼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