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포기했는데 한국은 ‘초대박'”…27년 한 우물 파더니, 현대차 결국 ‘일냈다’

27년 기술력 집약한 신형 넥쏘
2026년 일본 출시 예정
수입차 무덤에서 깃발 꽂기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토요타의 심장부 일본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로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7년간 축적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집약한 신형 넥쏘를 앞세워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4년 만에 토요타 제치고 세계 기록 경신

현대차가 일본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소차 분야에서 토요타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현대차는 넥쏘로 1회 충전 후 1,400km를 주행하며 수소차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토요타였다. 2021년, 2세대 미라이가 세운 1,359.9km가 그 기록이었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 1세대 넥쏘는 토요타에 뒤처졌지만, 4년 만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전기차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현대차가 일본 ‘2025 모빌리티 쇼’에서 공개한 차세대 넥쏘의 공식 제원도 주목할 만하다. 단 5분간 수소를 충전하면 WLTP 기준 826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수소 탱크 용량을 기존 6.33kg에서 6.69kg으로 늘린 결과다.

신형 모터 시스템과 배터리 용량 확대로 파워트레인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연료전지 스택은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뱅앤올룹슨 오디오, 통풍 시트 등 프리미엄 사양과 함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첨단 기능도 탑재됐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55% 장악

현대차의 기술 우위는 세계 시장 점유율로도 입증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4994대를 판매해 55.7%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3% 급증한 실적이다.

반면 토요타는 같은 기간 955대만 팔아 점유율이 10.6%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41.6% 감소한 수치다.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이 수소차에서는 현대차에 압도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압도적 우위에도 현대차가 굳이 일본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본거지에서 수소차 우위를 입증하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현대차 기술력을 각인시킬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포기한 틈새 시장 공략

정의선 회장의 일본 진출 전략에는 절묘한 타이밍이 작용하고 있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수소차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황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지난 6월 승용차 부문에서는 전기차에 집중하고 수소 기술은 상용차 중심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혼다와 닛산도 수소차 개발을 중단하고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월 기준 3.4%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1.5%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일본 내 수소 충전소도 160개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경쟁자 없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수소차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현재 전기차로만 구성된 일본 내 현대차 라인업 전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일본에 넥쏘를 출시한 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본격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호주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이호근 교수는 “일본 소비자들이 신형 넥쏘의 상품성을 인정하면 현대차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기술력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