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다 계획이 있었구나”…불티나게 팔리던 1위 SUV, 현대차가 칼 빼들자 ‘초비상’

랜드크루저, 호주서 1.3만대 팔며 세계 1위
현대차, 서스펜션 튜닝 등 현지화로 반격
기아 타스만 가세… 대형 SUV 지형도 변화
현대차 호주 현지화
출처 : 토요타

거친 대지를 누비는 대형 SUV의 전장,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호주다. 이 시장에서 토요타 랜드크루저는 지난해에도 판매 1위를 지켜내며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이 견고한 아성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도전자는 한국의 현대자동차다. 단번에 정상을 넘보는 대신, 호주 시장의 특성을 정밀하게 파고들며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13,000대 돌파’ 랜드크루저, 호주서 다시 한 번 증명하다

지난해 호주 시장에서 판매된 토요타 랜드크루저 300 시리즈는 1만 3천 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로, 호주 시장의 특수성과 랜드크루저의 독보적인 위상을 동시에 증명한다.

이 거대한 그림자 아래서 현대자동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4년 현대차는 호주에서 총 7만 1천여 대를 판매하며 전체 브랜드 순위 6위를 기록,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임을 재확인했다.

현대차 호주 현지화
출처 : 현대자동차

판매량 자체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력이 느껴진다. 2025년 7월에는 월간 판매량 6,687대로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2024년 10월에는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접근법은 ‘현지화’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 지형에 최적화된 서스펜션 튜닝이다.

각 모델마다 호주의 거친 노면 환경에 맞춰 서스펜션을 별도로 조율함으로써, 주행 안정성과 안락한 승차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는 호주 소비자들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이브리드부터 픽업까지… 현대차의 다층 전략 가동

동시에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주력 SUV인 투싼과 싼타페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극 도입하고, 아이오닉 시리즈를 필두로 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며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물론 랜드크루저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아직 시기상조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현대 팰리세이드와 싼타페는 각각 2,436대, 1,747대 판매에 그쳐 8,199대를 판매한 랜드크루저와는 격차가 뚜렷하다.

현대차 호주 현지화
출처 : 토요타

오프로드 성능과 대형 SUV로서의 상징성 면에서 랜드크루저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현대차가 단일 모델의 성공에 의존하는 대신 ‘전방위적 포트폴리오’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중형 SUV부터 전기차, 그리고 최근 재출시된 해치백 i3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소비자 접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기아의 픽업트럭 ‘타스만’까지 가세하면서, 호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RV 시장의 지형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호주 소비자들은 넓은 땅과 장거리 운행, 아웃도어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큰 차를 선호한다. 현대차는 이 문화적 코드를 정확히 읽고, 시장의 흐름에 촘촘하게 발을 맞추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토요타 랜드크루저는 여전히 견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 브랜드들의 꾸준한 움직임이 그 틈을 서서히 넓히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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