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당일 50척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에 이제 유조선이 단 한 척도 없다.
이란의 사실상 해협 봉쇄로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25%가 마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판매 원유 가격을 3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5일(현지시간) ‘아랍 라이트’ 유종의 아시아 지역 4월 선적분 가격을 배럴당 2.5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다른 유종도 배럴당 2달러씩 올렸으며, 미국과 북·서유럽, 지중해 지역 판매가도 함께 상승했다.
“95% 급락” 공급망, 유가는 20개월 만에 최고치

국제유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5일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8.51% 오른 배럴당 81.01달러를 기록하며 2024년 7월 이후 약 20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85.41달러로 4.93% 상승했으며, 주간 상승률은 2022년 이후 최대인 18%에 달했다.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가 인용한 연합해양정보센터(JMIC) 집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 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2월 28일 50척에서 3월 1일 3척, 2일 3척으로 급감했다. 3일에는 단 한 척도 통과하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선박 위치 추적 데이터는 호르무즈 해협 운송량이 전쟁 직전 대비 95% 이상 급락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선택: 홍해 우회 수출, 비용은 가격에 전가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 항구도시 얀부를 통한 우회 수출을 추진 중이다.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추가 운송비와 위험 프리미엄이 이번 가격 인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는 원유 생산량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선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일일 300만 배럴의 공급 중단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자문 회사 리터부쉬 앤 어소시에이츠는 “분쟁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WTI는 배럴당 9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5주간 저수준 통과 상태를 유지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경제권 비상… “최악 시 유가 140달러 가능”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95.9%에 달하며, LNG는 3주치만 비축하고 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호르무즈 봉쇄 시 일본 GDP가 3%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GDP 0.65% 감소, 물가 1.14% 상승을 예상했다.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수입을 줄이고 중동 의존도를 높인 상태로, 전략 비축량은 최대 2주치에 불과하다. 인더스인드 은행 가우라브 카푸르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유지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약 14조 6천억 원) 확대될 수 있다”며 루피화 약세와 연료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인도 정유기업들은 6일치 전략비축량 활용과 함께 베네수엘라산 긴급 도입, 아람코에 얀부 항 운송 요청 등 비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 시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전쟁 전 대비 80% 상승)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심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육로 포함 대체 경로의 한계로 인해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