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27만 대 ‘주차 결함’ 리콜, 품질 신뢰 시험대 올라
규제 완화로 문턱 낮춘 미국차, 본토발 리콜 악재에 발목
‘잘 팔기’보다 ‘잘 고치기’… AS 역량이 주류 안착의 열쇠
미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 포드가 주차 중 차량이 밀려 나갈 위험으로 27만 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을 발표했다.
최근 한미 통상 환경 변화로 “미국차가 한국 도로에 들어오기 더 쉬워진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던 차에, 본토발 품질 이슈가 강력한 변수로 등장한 모양새다.
한국 시장 내 미국 브랜드 점유율이 탄력을 받으려는 순간, 정작 브랜드의 근간인 ‘신뢰도’가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주차해도 스르르?”…포드 27만 대 리콜 휘성, 품질 신뢰 ‘빨간불’
이번 리콜 대상은 2022~2026년형 F-150 라이트닝을 비롯해 머스탱 마하-E, 매버릭 하이브리드 등 총 27만 2,645대에 달한다.
결함의 핵심은 변속기를 ‘P(주차)’에 두어도 주차가 완전히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합 파크 모듈 내 부품 마찰로 인한 오작동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특히 주차 지연 경고등이 2.9초 이상 지체될 때만 켜져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조치 전까지 반드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병행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행정 장벽 낮춘 ‘통상 승전보’의 역설…결국 ‘품질’이 마지막 관문
한편, 이 장면이 한국 소비자에게 유독 예민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그간 미국차의 한국 진입을 가로막던 실질적인 문턱은 관세보다 ‘인증’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한미 FTA의 틀 안에서 한국이 미국 안전기준(FMVSS)을 인정해 수입하는 물량 상한을 꾸준히 완화해 왔으며, 이를 주요 통상 성과로 내세워 왔다.
관세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규제 간소화는 대형 픽업트럭이나 SUV 같은 미국 특유의 차종이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최적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들여 넓혀놓은 ‘진입로’가 실제 ‘시장 성공’으로 연결되려면, 결국 국내 소비자의 강력한 신뢰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져야 한다.
제도적 문턱은 낮아졌을지언정, 본토에서 들려오는 결함 소식은 소비자의 심리적 문턱을 다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들여오기’보다 어려운 ‘사후 관리’…진정한 주류 도약의 열쇠
하지만 규제 완화로 차를 들여오기 쉬워진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품질 관리와 사후 서비스(AS)에 대한 잣대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AS는 지역과 물량에 따라 만족도 편차가 크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수입 물량에 의존하는 모델일수록 사고 수리나 부품 수급 대기 시간이 길다는 불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대규모 리콜 대응 역량은 브랜드의 진정성을 가를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결국 미국차 확대 전망이 실질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지려면, 서비스 체계가 제도 변화 속도를 뒷받침해야 한다. 제도적 기회와 품질 논란이 교차하는 지금, 미국차의 주류 안착 여부는 향후 사후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