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가 투자한 ‘슬레이트 오토’… 2만 달러대 조립식 EV 돌풍
도색·스크린 뺀 ‘마이너스 전략’으로 美 실용주의 취향 저격
2026년 양산, 기아 PV5와 ‘변신 자동차’ 정면 승부 예고

“페인트 칠도 안 했고, 창문은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한다. 에어컨 조절도 투박한 다이얼 식이다. 최첨단 전기차 시대에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이 차에 무려 10만 명이 구매 예약을 걸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1조 원을 베팅한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만든 이야기다.
이들이 내놓은 첫 모델 ‘2027 슬레이트 트럭’은 공개 단 2주 만에 예약 10만 건을 돌파하며, 비싸고 복잡해진 전기차 시장에 ‘가성비’와 ‘단순함’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거품 다 뺐더니 2,900만 원”… 역발상의 승리
슬레이트 트럭의 폭발적인 인기 비결은 단연 가격 파괴다. 기본 가격은 약 27,500달러, 여기에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만 달러(약 2,900만 원) 밑으로 떨어진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보다도 싼 가격이다.

비결은 철저한 ‘뺄셈’에 있었다. 원가를 높이는 도색 공정을 생략하고 긁힘에 강한 플라스틱 패널을 사용했으며, 값비싼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계기판으로 쓰게 했다.
첨단 전자장비 대신 ‘기계적 단순함’을 택한 이 전략은, 고물가와 차량 가격 인상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가장 합리적인 이동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럭이 SUV로 변신… ‘어른들의 레고’
단순히 싸기만 했다면 이 정도의 반향은 없었을 것이다. 슬레이트 트럭은 차체를 레고 블록처럼 뜯어고칠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을 무기로 내세웠다.
평일에는 2인승 픽업트럭으로 쓰다가, 주말에는 별도 판매하는 ‘SUV 키트’를 조립해 5인승 패밀리카로 변신시킬 수 있다.

지붕을 떼어내 오픈카를 만들거나, 100여 가지가 넘는 액세서리를 조합해 나만의 차를 꾸미는 ‘DIY(Do It Yourself)’ 요소가 미국의 차고(Garage) 문화를 완벽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기아 PV5의 강력한 복병 될까
슬레이트 오토가 양산을 시작하는 2026년 말은 기아의 첫 전용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인 ‘PV5’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시점과 겹친다.
두 차량 모두 용도에 따라 차체 뒷부분을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 PV5가 검증된 품질과 첨단 기술로 기업(B2B) 및 고급 시장을 겨냥한다면, 슬레이트 트럭은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B2C)과 튜닝층을 공략하며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관계자는 “슬레이트 오토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이 ‘기술’에서 ‘실용성’ 경쟁으로 전환됨을 시사한다”며 “기아 PV5는 기술 우위를 넘어, 슬레이트의 가격 파괴력에 맞설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