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값에 그랜저 준다” 입소문 타더니…현대차, 결국 ‘초비상’ 걸렸다

중국 자동차 무서운 행보
글로벌 점유율 22% 돌파
한국 업계 위기감 고조

중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천만 원대 아반떼 가격에 그랜저급 세그먼트의 차량을 내놓는 중국 완성차의 행보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26일 발표한 ‘중국 자동차 글로벌 진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글로벌 점유율이 22.0%를 기록하며 신흥국은 물론 유럽까지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내수 경쟁 심화와 과잉 생산능력 해소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중국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한국 자동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신흥국부터 유럽까지, 중국차의 체계적 공략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뤄지고 있다. 내수 시장 60% 이상을 장악한 탄탄한 기반 위에서 과잉 생산능력 해소와 내수 경쟁 심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브랜드들이 남긴 시장 공백을 신속하게 메우며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다만 러시아 정부의 폐차 수수료 인상과 현지 부품 의무 사용 규제 강화로 향후 확장에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는 현지 조립과 생산 투자를 통한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모델로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가격과 공급 두 측면에서 모두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유럽 시장 진출이다. 관세 인상과 보조금 축소 등 정책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유럽 28개국의 중국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했다.

전기차 시장, 중국이 주도권 장악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의 성과는 가장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중남미 전기차 판매의 88.2%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으며,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런 전기차 강세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BYD를 필두로 제투어, 니오, 샤오펑 등 주요 브랜드들이 유럽 현지 생산까지 확대하면서 시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도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샤오미와 화웨이 같은 정보통신기술 대기업들이 자동차 분야에 진입하면서 중국 내 경쟁 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이런 변화가 해외 시장으로 확산되면 중국 브랜드들의 기술 우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업계 대응 과제, 시급성 더해져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확산은 한국 업계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이 주력으로 공략하는 신흥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수출 현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대미 자동차 수출은 6.6% 감소했다.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지역 수출 증가가 전체 감소폭을 완화했지만, 바로 이 지역들에서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내 자동차 경쟁이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이런 흐름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기술 우위 확보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통상 대화를 통한 신흥국 현지 대응력 강화를 제시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 대비해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과 현지화 전략으로 신흥국부터 유럽까지 영토를 넓혀가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