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무주택자의 갭투자가 사실상 가능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급증하는 가운데, 호가가 연쇄 상승하고 있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3일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주택을 매수할 경우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보완책을 발표했다.
5월 10일부터는 2주택자에게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양도차익 10억원 기준으로 2주택자는 최대 2.3배, 3주택 이상은 최대 2.7배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다주택자들의 매물 처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갭투자 수요 급증…”집 보기 전 계약금부터”

설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 팀이 집을 보러 온다는 소식에 집주인이 현장에서 3000만원을 올렸다.
결국 집을 보지도 못한 채 계약금을 먼저 보낸 매수자가 계약을 따냈다. 전용 84㎡의 당초 호가는 10억5000만원, 전세금은 3억5000만원으로 당장 필요한 현금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매수 관심은 주택담보대출 최대 6억원을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됐다. 강서구 염창동, 성북구 길음뉴타운 일대에 문의가 몰리며 호가도 뛰고 있다.
길음뉴타운 푸르지오3단지 전용 59㎡는 8억5000만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한 매수 대기자는 “온라인에 매물이 뜨길 기다리면 늦을 것 같아 연휴 내내 중개소에 먼저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적은 매물에 여러 명이 붙으니 가격이 순식간에 오른다”고 전했다.
중개업소들도 연휴를 반납한 분위기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산을 설명하며 매물이 나오면 즉시 연락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며 “세입자 보증금을 당장 마련하지 못해도 남은 기간 준비해 돌려주겠다는 매수자도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행당동, 중구 신당동 일대 역시 중과 유예 종료 전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각지대 발생…”떠밀려나는 임차인들”

정부 보완책으로 갭투자가 사실상 가능해지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1회에 한해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지만, 주택이 무주택자에게 매도될 경우 이를 행사하기 어렵다.
송파구 인근 대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실상 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갱신권을 쓰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생길 수 있다”며 “벌써 임대인과 임차인 간 협상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갱신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고 계약 만기까지 7개월 이상 남은 임차인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이 매각되면 원치 않더라도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도 부담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6948만원으로 2023년 8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금액으로 다시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아 사실상 떠밀려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이사비·중개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의 타협도 이뤄지고 있다. 금액은 통상 2000만~3000만원 선으로 알려졌으나 법적 의무는 없어 분쟁 소지도 남아 있다.
“섬세한 대책 필요”…3월 전후 매물 증가 전망

현장에서는 3월 전후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세무사와 동행해 절세 방안을 검토하거나 시세보다 낮춰 증여를 택하는 등 셈법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정책 발표 이후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현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일부 임차인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세입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함께 고려한 섬세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 증가로 서울·수도권 시장의 집값 상승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갭투자 수요 급증과 임차인 보호 사각지대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약 130만 가구의 수도권 다주택자가 영향권에 있는 만큼, 향후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