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세대 교체를 한 토요타의 초고급 세단 브랜드 센추리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2018년 공개된 3세대 모델이 이번에 7년 만의 손질을 거쳐 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겉모습은 익숙하지만 최신 안전 기술을 더하며 존재감을 새롭게 다듬었다. 그러나 이번 변화의 의미는 외형을 넘어선다. 일본식 쇼퍼드리븐 세단의 오랜 전통이 오늘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각그랜저로 이어지는 일본 쇼퍼드리븐 문화의 흐름

센추리의 분위기는 한눈에 시선을 붙잡는다. 5미터가 넘는 차체와 두꺼운 C필러, 꾸밈을 줄인 직선 비례는 처음부터 뒷좌석 중심의 차임을 말한다.

5.0리터 V8 하이브리드와 eCVT 조합은 화려한 수치보다 부드러운 질감을 우선한다. 월 수십 대만 생산되는 방식 역시 이 모델이 속한 세계를 설명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철학이 과거 일본 고급차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 등장한 초대 그랜저, 일명 ‘각그랜저’ 역시 그 흐름 속에 있었다.

이 차는 미쓰비시 데보네어 2세대와 함께 개발됐는데, 당시 데보네어는 크라운과 센추리 옆에 놓이는 일본식 의전 세단이었다.

절제된 박스형 실루엣과 조용한 승차감을 중시하는 성향은 그 시절 대형 세단의 공통된 문법이었고, 이런 분위기가 각그랜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오늘날 센추리를 보며 당시의 실루엣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무대에 오른다면 맞붙게 될 경쟁자들

이번 모델의 변화는 전통을 크게 흔들지 않은 채 필요한 부분만 채운 모습이다.

전방 충돌 방지, 교차로 대응, 예측 조향과 제동 보조 같은 안전 기능이 강화됐고, 실내에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외관의 유지된 구성은 꾸미기보다 원형을 보존하려는 성격을 보여준다.

만약 이 세단이 해외에서 판매된다면 중국이나 중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센추리 SUV가 이미 그 지역에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형 세단 수요도 꾸준하다. 한국에서도 한정 수입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쟁 상대는 롤스로이스 팬텀과 고스트, 벤틀리 플라잉스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같은 모델들이 거론될 것이다. 한국 브랜드로는 제네시스 G90, 특히 롱휠베이스 모델이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된다.

한편, 이런 차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초고급 세단 시장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흐름이 이어질지 지켜보게 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