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가 수십 년 된 구형 미사일에 격추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이 불편한 질문이 현실로 제기됐다.
미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한 대가 이란 상공에서 전투 임무 수행 중 비상착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종사는 안전하게 중동 내 미군기지에 착륙했으나, 기체 단가 약 77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달하는 F-35의 실전 취약성이 전면에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이번 사건이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공습(‘에픽 퓨리’ 작전)으로 개전한 이후 이란이 미국 전투기에 피해를 입힌 첫 사례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이더는 속여도, 열은 숨길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F-35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F-35는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거나 난반사시켜 적의 추적을 회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비행 중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 신호는 현재 기술로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시스템은 바로 이 열 신호를 포착한다. 통상 레이더의 보조 수단으로 여겨졌던 EO/IR 기술이 이번 사건에서는 스텔스 회피를 무력화하는 주역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구형 R-27T, 5세대기를 잡다

SCMP는 이란이 피격에 사용한 무기로 러시아제 R-27T 공대공 미사일을 지목했다. 이란은 1990년대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이 미사일을 함께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R-27T는 레이더 유도 방식이 아닌 적외선 탐색기로 발사 전부터 목표물을 추적한다. 최대 사거리는 70㎞이지만 적외선 센서 특성상 실질 유효 사거리는 20㎞ 이내다. 주로 미그-29와 수호이-27에 탑재된다.
인민해방군 퇴역 대교(대령) 출신의 군사 평론가 웨강은 “F-35의 비상착륙 원인이 이란군의 지상 포격일 가능성은 작다”면서 “적외선 탐색기를 사용하는 개량형 공대공 미사일에 피격됐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군이 공군력 훼손 이후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 발사형 대공 미사일로 개조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 역시 이란이 F-35 탐지에 EO/IR 센서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방공망이 ‘평탄화됐다’는 발표, 같은 날 F-35 피격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전술적 손실을 넘어 미국 군사 당국의 신뢰성 문제까지 건드린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사건이 발생한 3월 19~20일경 “이란의 방공망이 평탄화됐다”고 공개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시점에 F-35가 이란 상공에서 피격됐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발표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비상착륙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신형 첨단 방공 시스템으로 F-35를 격추했으며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국내 여론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20개국이 운용 중인 F-35의 실전 취약성을 정면으로 드러낸 사례다. 1990년대 기술 수준의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 최첨단 5세대 전투기를 위협했다는 사실은, 스텔스 기술에 대한 전면적 재평가를 촉구하는 강력한 신호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