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 될 7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끝없는 집안싸움의 늪에 빠졌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KDDX 개념설계 도면 유출을 둘러싼 고발전과 법적 공방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국내 방산 매체와 언론을 장식해 온 해묵은 이슈다.
하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진흙탕 싸움이 단순한 기업 간의 갈등을 넘어, 국가 수상 전력의 세대교체 시간표 전체를 뒤흔드는 치명적인 구조적 리스크로 비화하고 있다.
국가 자산 vs 기업 노하우… 딜레마에 빠진 차기 이지스

최근 주요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은 KDDX 사태를 단순한 업체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훨씬 뼈아픈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번 분쟁의 본질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국가 자산의 사업 연속성’과 사업을 수행한 특정 기업의 ‘지적 재산권 및 기술 노하우 보호’ 사이의 딜레마라는 것이다.
개념설계를 수행한 기업과 후속 상세설계 및 함정 건조를 맡을 기업의 자격 요건을 두고 법적·절차적 명분을 따지는 사이, 정작 배를 띄워야 할 사업 추진의 동력 자체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감정싸움으로 번진 고발과 수사가 반복되면서 해군과 방위사업청마저 명확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정치·법무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토마호크로 무장하는 일본, 서류 쥐고 다투는 한국

이러한 현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시아의 해양 안보 지형과 맞물려 국민적 우려와 분노를 자아낸다.
당장 이웃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우, 적 기지 타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대량 도입을 서두르고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체계를 맹렬한 속도로 고도화하며 실전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전의 승패를 가를 전쟁 준비가 발 빠르게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정작 이를 견제하고 영해를 수호해야 할 한국 해군은 차세대 주력 함정의 도면 서류와 법적 소유권을 두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외부의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도 전에 내부의 절차적 갈등에 갇혀 해군력 증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연의 대가는 치명적인 전력 공백

KDDX는 노후화된 기존 함정을 대체하고 입체적인 해상 방어망을 구축해야 할 우리 해군의 중장기 핵심 전력이다.
함정 건조는 설계부터 실제 진수와 전력화까지 최소 수년에서 십수 년 이상이 소요되는 초장기 프로젝트다. 초기 설계 및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의 지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훗날 치명적인 전력 공백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치열한 방산 수주전 속에서 기업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국가 안보라는 최상위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갈등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중재와 명확한 제도적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