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 역대 첫 감소
영상 시청 5년새 24%p 급증
치매 위험 30% 높아져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영상 시청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수면 시간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활 패턴 변화가 뇌 건강과 치매 위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인들, 잠 못 드는 밤이 늘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보다 8분 줄어들었다. 이는 1999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수면 시간이 감소한 첫 번째 기록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의 비율은 11.9%로 5년 전 7.3%보다 4.6%포인트나 상승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1.9%포인트에서 6.1%포인트까지 증가한 결과다.
사람들은 더 늦게 잠자리에 들고 더 일찍 눈을 뜨고 있다. 평균 취침 시각은 오후 11시 28분으로 5년 전보다 4분 늦어졌고, 기상 시각은 오전 6시 59분으로 9분 빨라졌다. 평일 수면시간은 7시간 45분에 불과해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최소 수면시간인 8시간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주말 오후는 영상 시청, 평일도 예외 없어

그렇다면 줄어든 수면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답은 미디어 이용 시간의 폭발적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미디어 이용 시간은 2시간 43분으로 5년 전보다 17분 늘어났고, 특히 영상 시청 비율이 급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요일 영상 시청 비율이다. 45.4%가 영상 시청을 했는데, 이는 5년 전보다 무려 24.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평일과 토요일에도 각각 두 배 이상 증가해 영상 콘텐츠가 현대인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일요일에 미디어로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93.4%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이용시간은 3시간 41분으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4분의 1 이상을 미디어와 함께 보내는 셈이다.
수면 부족이 부르는 치매 위험, 30% 높아져
전문가들이 이러한 생활 패턴 변화에 경고장을 내미는 이유는 수면과 뇌 건강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이다.

충분한 깊은 잠을 자야 뇌의 글림프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은 이러한 노폐물들의 축적을 증가시켜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
구체적으로 6시간 이하의 수면을 하는 고령층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약 30% 증가한다.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도 장기간 뇌에 악영향을 미쳐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적인 이유는 한국의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약 97만 명에서 2026년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226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습관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수면장애가 있을 경우 전문의 진단을 받고, 낮잠 자제와 스마트폰 사용 제한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