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5% 관세 부과로
K-푸드 업계 비상사태 돌입
삼양식품 직격탄 맞아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 대부분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K-푸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예고된 25%보다는 낮아졌지만,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던 한국 식품들이 첫 번째 큰 시련을 맞게 됐다.
특히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리는 삼양식품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 피할 수 없는 직격탄

삼양식품의 상황은 심각하다. 북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8%에 달하지만, 모든 생산을 국내 밀양공장에서 처리하고 있어 관세를 피할 방법이 전혀 없다. 올해 4월 10% 관세 도입에 이어 8월부터 15%로 인상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 부담으로 인해 미국 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내부적으로 이윤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관세 대응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월마트, 코스트코, H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와 가격 조정을 논의 중이다.
타격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성장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2024년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126% 급증했다.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도 9.5%에서 올해 12~13.3%까지 오를 전망이었다. 월마트 입점률은 90% 중후반, 코스트코는 50%대에 달할 정도로 유통망 확보도 순조로웠다.
명암 갈린 K-푸드 기업들

같은 K-푸드 업계이지만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뚜렷하다. 농심과 CJ제일제당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마련해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 이후 현지화에 공을 들여왔다. 2005년 LA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22년 제2공장을 준공해 생산 능력을 70% 늘렸다.
내년에는 제3공장 착공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매출 15억 달러 달성과 1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LA에서 ‘비비고 만두’를 현지 생산하며 관세 부담을 덜고 있다. 전략적 대비 여부에 따라 같은 K-푸드 기업이라도 위기 대응 능력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위기

이번 관세 부과는 단순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나타난 외부 변수로, 유럽연합과 중국 등 주요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는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 추세”라며 “수출 중심 구조를 지닌 한국 식품 기업일수록 이 흐름에 맞는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양식품 같은 수출 확장 기업일수록 지금이 체질 개선의 결정적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주요 수출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거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가격 인상 상황에서도 소비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망을 지역별로 다변화해 특정 국가의 규제가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구조 전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