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니면 안 된다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옆나라 반응 살펴보니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중국 견제 본격화
조선업 판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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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마스가 프로젝트 / 출처 : 연합뉴스

세계 조선업 판도를 뒤흔들 ‘역대급 딜’이 마침내 성사된 가운데, 중국 현지 매체들의 회의적인 반응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하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1500억 달러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일 “이번 합의 이면에는 세계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해 조선업 판도를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독주 체제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1500억 달러 베팅한 ‘c’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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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마스가 프로젝트 / 출처 : 연합뉴스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 등을 포괄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영기관 참여가 검토되고 있으며, 투자금은 직접 주식 투자보다는 대출과 보증 형태로 구성될 예정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는 구체적인 조치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이나 중국 기업 운항 선박에 대해 선박당 최대 100만 달러, 톤당 최대 1000달러의 고액 항만 사용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 같은 압박 효과는 이미 신규 선박 발주 시장에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점유율은 25.1%(총톤수 기준)로 전년 동기 15%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중국은 작년 상반기 70%에서 올해 상반기 51.8%로 급락했다.

미국 조선업의 쓰디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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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마스가 프로젝트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유는 미국 조선업의 현실 때문이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미국 조선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함 수요 급감과 외국 조선업체들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당시 400여 곳이던 조선소는 현재 21곳으로 줄어들어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 직전이다.

존스법 등 보호주의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내 운항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외부 자본과 기술 도입이 제한되면서 생산성과 비용 경쟁력이 더욱 떨어졌다.

미 해군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은 여전히 군함 기술 수준에서는 세계 최고지만 생산 속도와 비용 면에서 한국 등 경쟁국 대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냉전 종식 이후 함정 수요가 줄고 레이건 행정부부터 시작된 자유시장 원칙에 따른 산업 지원 축소도 쇠퇴를 가속화했다.

회의론자들의 냉정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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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마스가 프로젝트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미 조선 협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박 자문업체 베스푸치 해양의 라르스 젠슨 설립자는 “투자 주체가 민간 기업이어서 정부가 지시할 수 없다”며 “대규모 투자 발표는 쉽지만 실제 실행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중신증권의 산업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우자루도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중심으로 미국 조선 산업 경쟁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공급망과 생산 능력의 한계로 조선업 전체를 부활시키려면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0일 논평에서 “한국 정부가 기술 전문성과 재정 투자를 관세 인하와 교환하는 고위험 거래로, 불확실한 수익과 장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변화의 흐름은 감지된다. 한화오션이 작년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고, 일본도 미국과 협정을 맺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동맹국들의 미국 조선업 재건 참여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조선업 지형에 변화가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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