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안보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의 선진 농업 기술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벼연구소와 협력해 추진한 파트너십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서, 단순한 원조를 넘어선 농업 인프라 구축의 기틀이 마련되는 분위기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를 통해 현지 15개국에서 총 71개의 벼 품종이 등록되었고 육종가 44명이 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프리카에서 쌀은 두 번째로 중요한 식량작물이지만, 현재 생산성은 헥타르당 2.4t 수준으로 아시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품종과 재배 기술의 혁신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조의 한계를 넘어 현지 생산 능력을 바꾸는 K-농업 기술

한국의 약배양 기술과 수량성이 높은 통일형 벼 품종은 육종 기간을 단축하고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종자를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번 개발된 품종이 지역 생태계에 안착되면 일회성 식량 원조와 달리 현지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종자를 증식하고 재배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가봉에서 개발된 ‘셰이’, ‘음보마’, ‘무카파시-1’ 품종은 헥타르당 7~8t 수준의 높은 수량성과 도열병 저항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가봉 현지 연구진은 종자 9t 확보를 목표로 증식에 나섰으며, 전국 60개 농업협동조합의 1천100여 농가가 ‘셰이’ 품종의 시험재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종자 보급 확대는 단순히 식량 확충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국산 농기계, 비료, 저장 및 가공 설비, 유통망 등 전방위적인 산업 수요를 파생시키는 경로를 형성할 수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은 가뭄, 냉해, 염해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천수답 및 밭 재배 가능 품종 개발이라는 더 고도화된 기술적 과제를 겨냥한다.
관개시설이 부족해 기후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농업 특성상, 기후 스트레스를 견디는 품종 개발 능력은 향후 세계 식량 시장에서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71개 품종 개발이 곧바로 대륙 전체의 식량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기에, 실제 확산을 위해서는 관개 시설 확충과 정부 정책의 유기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협력과 글로벌 외교 자산으로의 진화

앞으로 눈여겨볼 지표는 품종별 실제 보급 면적과 농가 소득 변화, 그리고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는 2단계 내환경성 품종의 실제 등록 여부 등으로 압축된다.
국내 관점에서는 당장의 기업 매출이나 가시적인 계약 실적보다는 공적개발원조가 다져놓은 견고한 협력 기반과 현지 신뢰 자산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향후 2단계 사업의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참여 기관의 성격, 그리고 국내 농기자재 기업들의 실제 결합 여부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농업 협력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현지 유기적 네트워크가 안착된다면 일회성 사업을 넘어 국가 간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외교 창구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