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니면 안된다”…지구 반대편 ‘677조’ 러브콜, “지금 당장 와달라” 난리 났다

우크라 부총리, 전동차 구매·차관 협의
HD현대 방문해 장비·인력훈련 협력 논의
677조 재건 시장, 韓 기업들 기회 노린다

우크라이나가 한국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그곳에서 재건의 기회가 열리고, 그 중심에 한국의 철도와 건설, 금융, 에너지 산업이 자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는 즉시 수백조 원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굴착기 넘어 인력 양성까지…한국 기업들, 우크라 재건 패키지 구상

최근 방한한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재건부총리는 국내 철도차량 업체와 만나 한국산 전동차 20대 구매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4억 5000만 달러 차관을 요청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미 발표한 20억 달러 규모의 재건 지원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쿨레바 부총리는 한국수출입은행을 찾아 직접 협의에도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장비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 조달과 금융 지원까지 구체적으로 연계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설 분야에서도 접촉은 활발하다.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10여 명은 울산의 HD현대 건설기계 캠퍼스를 방문했다.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라인을 살펴보며 굴착기와 재난 복구 장비, 친환경 시공 기술을 확인했고, 현장에서 곧바로 인력 훈련과 트레이닝 센터 설립 같은 세부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교육과 기술 이전을 묶어 미래까지 내다본 협력 모델을 그려보는 장면이었다.

이 흐름은 특정 기업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HD현대는 이미 우크라이나 지사를 세우고 복구 특화 장비 개발에 착수했고, 삼성물산은 스마트 시티 협력 MOU를, 현대건설은 공항 재건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점을 열어 재건 사업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들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산업 전반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한국형 패키지 재건 모델을 준비하는 셈이다.

677조 원 넘는 재건 시장…韓 기업에 열린 ‘사상 최대 무대’

세계은행은 지난해 기준으로만 우크라이나 재건에 약 4862억 달러(약 677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어서 그 규모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수치만으로는 와 닿기 어렵지만, 이는 한국 기업에게 사상 최대의 해외 인프라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은 전쟁 이후의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며 단순한 이익을 넘어, 기술과 경험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할 기회로 삼고 있다.

현장 기술을 나누고 금융 해법을 제시하며,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훈련까지 아우르는 전략은 우리 산업계가 지닌 저력을 잘 보여준다.

아직 종전의 시계는 멈춰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앞으로 어떤 협력과 성과가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