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위기였는데 “한국이 해주세요”…세계 1위 아마존은 왜?

아마존 베이조스,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
SK온 배터리 탑재한 ‘슬레이트’ 출시
한국 배터리 3사 모두와 손잡은 베이조스
전기차
K-배터리 탑재한 미국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그 중심에 한국 배터리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유망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가 SK온의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를 공개하며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K-배터리’ 없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도 없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차를 공개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는 베이조스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리비안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한 전기차 기업이다.

슬레이트의 이름이 테슬라(Tesla)의 철자를 재배열한 ‘애너그램’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현지에서는 이 기업이 테슬라를 정면으로 겨냥한 ‘베이조스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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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탑재한 미국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이번에 공개된 슬레이트의 신차는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맞춤형 기능을 내세워 보다 폭넓은 소비층을 공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차량에는 SK온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되며, 공급 계약 규모는 약 4조원 수준인 것으로 27일 업계에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슬레이트가 미국 현지 생산 역량과 테슬라 공급망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배터리 공급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온은 2019년부터 미국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며 배터리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섰고, 현재 조지아주 자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한 포드, 현대차그룹 등과 함께 합작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양산 중인 비중국계 업체 중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지 않는 곳이 SK온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는 슬레이트가 테슬라와 공급망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베이조스, 한국 배터리 3사와 모두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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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탑재한 미국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베이조스가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앞서 투자한 리비안의 첫 전기 픽업트럭 R1T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전기 SUV R1S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각각 탑재됐다.

이번 슬레이트 픽업트럭에 SK온 배터리를 선택함으로써 베이조스는 한국 배터리 3사 모두와 손을 잡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글로벌 거물들이 한국 배터리 없이는 핵심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K-배터리의 기술력이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슬레이트가 SK온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요건을 충족하는 ‘미국산 배터리’를 확보하려는 목적과 함께, 최근 일부 배터리 업체들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을 위해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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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탑재한 미국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IRA 요건 충족과 동시에 테슬라와 공급망이 겹치지 않으면서 출시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SK온과의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한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테슬라 약세에 베이조스의 기회가 열리다

베이조스의 전기차 사업 투자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플랫폼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아마존은 유통망과 물류뿐 아니라 AI 음성인식 비서 플랫폼(알렉사), 클라우드(AWS), 자율주행(죽스), 위성인터넷(카이퍼 프로젝트) 등 전방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전기차는 AWS와 알렉사, 죽스 등 기존 아마존의 기술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베이조스의 플랫폼 전략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슬레이트 역시 자사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맞춤형 기능을 극대화한 트럭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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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탑재한 미국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최근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논란과 테슬라의 제품 라인업 공백이 맞물리며 베이조스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당초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저가형 모델 Y의 출시를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부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12만8천대에 그쳤으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43%로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했다.

“최근 테슬라의 실적 부진으로 머스크가 다시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베이조스가 새롭게 선보인 전기차 브랜드가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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