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철강 수출, 물량 유지에도 수익 급감
관세 50% 직격탄…일본은 현지 생산으로 반격
2029년 전까진 속수무책, 전략 전환 시급

최근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전례 없는 시련을 겪고 있다.
수출 물량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수출 단가는 급락했고, 앞으로는 그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관세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무너지는 대미 철강 수출 수익성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넘게 줄었다.

수출 단가도 1톤당 1,295달러로, 불과 한 달 전보다 14%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시장에 철강을 팔긴 파는데, 남는 게 없다.
그럼에도 수출 물량이 유지된 건, 철강사들이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래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마진을 줄여 관세 충격을 흡수한 셈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6월 4일부터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버텨왔지만, 이젠 실질적인 수출 감소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더 비싸진 한국 철강을 굳이 선택할 미국 수요처는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 기업은 한국을 대신할 새로운 공급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는 한국 철강업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일본제철은 자국 내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하며 관세 장벽을 우회했다.
특히 고급 판재 기술을 보유한 일본제철과 미국의 유통망을 갖춘 US스틸의 결합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2029년까지는 속수무책…日 철강에 밀리는 ‘시간 싸움’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지만, 상업 생산은 2029년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 전까지는 일본 철강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현지화’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미국 시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지금이라도 수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처럼 단가를 낮춰 버티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업체의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략 전환이 절실하다.
눈앞의 위기는 명확하다. 수익성 없는 수출, 좁아지는 시장, 빠르게 움직이는 경쟁자. 지금의 미온적인 대응이 계속된다면, 한국 철강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