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병역 의무는 남성의 경우 최장 1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악명 높지만, 모든 군대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반 최전방 부대 대신 후방 치안을 담당하는 부대로 빠지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뇌물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휘발유 수백 킬로그램이나 가축을 통째로 바쳐서라도 선호 보직을 꿰차려는 북한판 병역 비리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극명하게 엇갈린 계급장, 권력이 된 북한 사회안전군
일반 정규군인 조선인민군과 치안 부대인 북한 사회안전군의 복무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린다.

최전방에 주로 배치되는 인민군 병사들이 만성적인 식량난과 고된 진지 공사에 시달리며 영양실조의 위협 속에서 10년을 버텨야 하는 반면, 사회안전군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과거 인민내무군으로 불렸던 이들은 주로 후방 도심에 주둔하며 내부 치안 유지와 핵심 시설 경계를 담당한다.
무엇보다 민간인을 통제하고 장마당을 단속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어, 복무 기간 내내 주민들로부터 각종 뇌물과 이권을 뜯어내며 배를 불릴 수 있는 노른자위 보직으로 통한다.
권한이 집중되고 굶주림을 피할 수 있다 보니, 입대를 앞둔 청년과 부모들은 북한 사회안전군 편입에 사활을 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의 경우 고급중학교 졸업생 100명 가운데 단 1명에서 2명만이 안전군 군복을 입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
출신 성분이 좋지 않으면 아예 지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선발 기준도 깐깐하게 통제된다.
휘발유 340kg의 뇌물, 무너지는 최전방 전투력
이처럼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동원되는 뇌물의 액수를 환산해보면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절박함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현지에서는 안전군 합격을 확정 짓기 위한 뇌물 시세로 휘발유 340kg이나 성체 돼지 한 마리가 노골적으로 거론된다.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를 기준으로 휘발유 1kg이 대략 1.2달러에서 1.5달러 선에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340kg은 미화 약 400달러에서 500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다.

배급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일반 노동자의 공식 월급으로는 평생을 모아도 만져볼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단지 보직 변경을 위해 뇌물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돈과 출신 성분이 병역의 질을 결정하는 이러한 극심한 부패 구조는 결국 북한 정규군의 전력 누수로 직결된다.
뇌물을 바칠 능력이 있는 부유층 자녀나 신체 조건이 우수한 핵심 계층 청년들이 대거 후방 안전군으로 빠져나가면서, 최전방 부대에는 이른바 힘없고 돈 없는 가난한 청년들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정예 자원의 이탈 현상이 심화할수록 휴전선을 마주한 북한 최전방 부대의 노후화와 사기 저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